"경제위기와 불확실성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8590원)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 “액수나 비율만 가지고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상당한 오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인상률 1.5%가 외환위기 이후(1999년) 2.7%보다 낮다는 지적에 이 같이 답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이다. 표결에 부쳐져 찬성 9표, 반대 7표로 채택됐다. 표결에는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최저임금 수준도 그때와 지금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돼 있다. 1.5% 인상률은 IMF 시기와 비교할 수 없다”며 “우리가 처한 노동시장 상황과 여러 국가 수준을 고려하면 종합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공익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와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위원은 “공익위원 안을 제시할 때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두 번째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에서 소득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권 위원은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률 1.5%를 결정한 배경으로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0.1% ▲소비자물가 전망치 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 포인트를 각각 합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낮다. 당시 위기가 지금보다 더하다고 정부는 말하는데, 그때보다 인상률이 낮은 이유는.
“IMF 위기 당시의 인구구조와 산업은 20년 넘게 흐른 지금 수준과 근본적으로 판이하게 다르다.최저임금 인상률의 절대값을 갖고 두 시기를 표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오판 가능성이 있다. 일단 노동시장 환경이 굉장히 달라졌다. IMF 때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선진국이 아녔다. 저임금 노동자가 훨씬 많았다. 그 전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역시 비교할 수 없다.”
-저임금 근로자 생계 개선에 인상률 1.5%가 충분하다고 보나.
“우리는 이번 의결 과정에서 몇 가지 고려한 사항이 있다. 우선 경제 위기, 불확실성이다. 이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 두 번째는 무엇보다 생계라고 하는 것은 소득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생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판단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조정하는 대상이 노동력 (감축)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을 때 초래될 수 있는 일자리 감축 효과가 노동자 생계에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번 의결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 공익위원 의중이 상당히 많이 반영됐다.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찾아와 동결을 압박했다는 얘기도 있고, 공익위원과 사측이 1.5% 가이드라인을 정해놨다는 지적도 있었다.
-표결 결과가 총 18명 참여에 9명 찬성이다. 찬성표 모두가 공익위원인지. 경영계는 어떤 의견을 냈나.
“최저임금위 투표는 비밀투표다. 각자 소신에 따라 투표했다. 경영계는 특별히 1.5% 인상안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 공익위원들은 전날 초저녁에 1차 촉진구간 제시하고 수정안 수차례 제시 과정에서 더이상 좁혀지지 않는 노사 간극을 목격했다. 이후 노사 양측 요청에 의해 공익안 제시를 요청 받았고, 이후 논의를 통해 단일안을 제시한 것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로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는 건 아닌가.
“노동시장 양극화를 최저임금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본다. 다른 여러 구조적인, 제도적인 요인을 종합적으로 보고 모두가 함께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