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플레이리스트’ 고속성장 비결
플레이리스트가 제작해 2018, 2019년 방영한 웹드라마 ‘에이틴’ 시즌 1, 2는 4억800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플레이리스트 제공
에이틴의 인기에 가려진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대박 작품을 제작한 회사가 설립된 지 2년이 채 안 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플레이리스트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의 일개 팀이었다가 2017년 5월 네이버 웹툰과 스노우가 공동 출자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 스타트업이다. 요즘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플레이리스트가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6월 15일자(299호)에 소개된 플레이리스트의 성공 요인을 요약해 소개한다.
○ 10대 팬덤을 노리다
2017년 말 박태원 대표가 플레이리스트에 처음 CEO로 합류했을 때만 해도 플레이리스트는 대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그린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시즌1으로 페이스북에서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던 때였다. 박 대표는 과감하게 콘텐츠의 핵심 타깃을 20대에서 10대로, 메인 플랫폼도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바꿨다. 그리고 에이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10대들의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작품을 만들자’고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는 검증할 수 있는 핵심 결과, 시청 시간이라는 정량적 지표로 구체화돼 직원들에게 공유됐다. ‘구글의 일하는 방식’으로 유명한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을 구글 출신인 박 대표가 플레이리스트에 도입한 것이다. OKR는 목표와 핵심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성과를 관리하는 업무 방식을 말한다.○ 작품을 연결하는 세계관 구축
디지털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플레이리스트’의 박태원 대표. 성준기 포토그래퍼 제공
○ 스토리 구성에 비제작팀도 참여
작품 엑스엑스(XX)는 아예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신규 커머스 상품까지 직접 기획해 성공을 거둔 사례다. 플레이리스트는 2020년 1월 엑스엑스(XX) 작품의 종영과 동시에 향수 브랜드 ‘니어리스트 벗 로스트’를 출시했다. 비즈니스팀과 작가팀이 협의해서 향수 커머스를 염두에 두고 남자 주인공의 직업을 조향사로 설정했고, 향도 드라마 주인공 캐릭터 4명에 맞춰 4가지 타입을 개발했다. 이 상품은 올리브영에서 ‘2020 신상품 Top 5’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레이리스트는 견고한 세계관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실존 인물처럼 느끼는 ‘러플리 팬덤’을 구축함으로써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뿐 아니라 10대와 20대 중심의 확고한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며 “이 모델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러플리 팬덤’을 잘 관리할 뿐 아니라 확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