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게임 외 분야로 확대 추진
14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구글은 이달 들어 국내 콘텐츠 제공사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거나 e메일을 발송해 구글의 결제 체계와 수수료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구글 측은 콘텐츠 제공사들이 앱을 통해 콘텐츠를 판매할 때 구글 결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비공개 회의에 참석한 한 IT업계 관계자는 “시기는 구글 측이 결정하겠지만 연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구글은 게임 이외의 콘텐츠 업체들이 구글 시스템 이용 시 내야 할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외부 결제망을 활용하는 것을 용인해왔다. 반면 애플은 모든 콘텐츠 제공사들에 자체 결제 시스템 이용을 의무화하고 매출에 대해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이 때문에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콘텐츠라도 이용 요금이 다르게 책정됐다.
구글이 결제 정책을 바꾸면 콘텐츠 제공사들은 구글에 애플 수준의 수수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게임업체들이 구글에 내고 있는 수수료도 매출의 최대 30%이다. 결국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료가 애플 아이폰 이용자 수준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OTT 업체 관계자는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내면 이를 회사 차원에서 흡수하긴 불가능하다. 소비자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콘텐츠 이용료가 아이폰 사용자와 비슷해지면 콘텐츠 업체가 이용료를 많이 내는 아이폰 사용자에게 제공해온 한 달 이용료 무료, 정기구독 할인과 같은 프로모션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형 IT 업체들은 구글과 수수료율과 적용 시기를 놓고 협상할 여지가 있지만 중소 업체나 스타트업 등은 구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처지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는 “앱마켓을 사실상 양분하는 구글과 애플이 이처럼 똑같이 수수료를 떼 가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갑자기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앱 매출이 63%를 차지하는 만큼 구글의 정책 변경은 소비자와 업계 등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이 시장 지배력 남용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정책 변경은 애플에 비해 떨어지는 수수료 매출을 만회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는 지난해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542억 달러(약 65조 원), 구글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293억 달러(약 35조1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지 다른 국가에서는 구글이 결제 시스템 개편에 나선 정황이 포착되지 않고 있어 구글이 한국 시장을 활용해 일단 반응을 떠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