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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도 선배가 체벌… 구단, 은폐 의혹

입력 | 2020-07-15 03:00:00

사회적 거리두기 한창이던 5월… 2군 선수 3명 숙소 이탈해 음주
2명이 훈계중 가슴 치고 발로 차, SNS 등에 퍼진 뒤에야 KBO 보고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가 선수단 내 폭행 사건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스포츠계에 자성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프로야구에서도 선수단 사이에 체벌을 주고받은 일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의 구단은 SK다. 14일 팀 관계자에 따르면 SK 퓨처스리그(2군) 선수 세 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5월 숙소를 이탈해 술을 마시고 새벽에 돌아왔다. 경찰에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코치진이 먼저 이들을 나무란 뒤 선배 선수들이 이어서 질책하는 과정에서 체벌이 나왔다. SK 관계자는 “선배 두 명이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킨 선수를 훈계하는 과정에서 가볍게 가슴을 톡톡 치고 허벅지를 두 차례 발로 찬 행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단은 지난달 7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알리지 않았다. KBO 야구 규약에 따르면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한 뒤 10일 이내에 KBO에 신고하지 않았을 때는 구단도 징계 대상이 된다. SK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야구 팬 커뮤니티에 이 내용이 퍼진 12일이 되어서야 KBO에 유선으로 보고했다. KBO 관계자는 “12일 손차훈 SK 단장으로부터 구두로 전달받았고 SK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향후 관련 선수들과 구단에 관한 징계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KBO에 보고하는 대신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문제에 연루된 선수 다섯 명 모두에게 제재금 부과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의혹을 받고 있는 세 명에게는 최대 3주까지 인천의 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지시하기도 했다. 구단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조사 결과 자체 징계 사항이라고 잘못 판단해 KBO에 보고를 하지 못했다”면서 “내규를 어긴 선수 3명을 봉사활동에 참가시키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보낼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근처 사찰에서 자기 성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가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