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중견 음향업체 문 닫아… 장비 업체 60%가 ‘폐업 대기’ 상태 소속사 공연기획사 등도 고사 위기, “정부 대중음악 지원 인색” 지적도
최근 중계된 한 아이돌 그룹의 온라인 콘서트 장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연 케이팝 연예기획사 간담회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건재한 대형 기획사들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대중음악계 일각에서 비판받았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실상 폐업 도미노…“콘서트만 풍악 취급” 볼멘소리도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최근 음악산업계 위기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세미나 현장. 지원책 개선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제공
음향 업체 P사운드 관계자는 “폐업 신고만 안 했지 대표 한 명만 남아 사업자만 유지하고 있는, 사실상 폐업 상태인 회사가 대다수다. 공연 장비 대여 및 설치 업체들은 여타 콘서트 기획사나 가수 소속사와 달리 공연예술 지원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아 더욱 어렵다. 공연예술 기업에 준하는 지원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1000석짜리 클래식이나 뮤지컬 공연은 일부 진행되고 있는데도 가수들의 콘서트는 ‘이 시국에 풍악이냐’는 손가락질을 받아 취소되는 일도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정부 산하 문화기관 및 각종 문화재단에서 긴급지원금과 지원사업 공모가 이어졌지만 대중음악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출근하면 각종 문화재단과 음악창작지원센터의 공지사항란을 확인하고 지원서를 쓰는 게 일”이라면서 “연고도 없는 지역 문화재단까지 두드리는데도 공모 결과를 보면 기초예술에 지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 허탈하다”고 했다. 실질적 산업기반이 무너지는데도 이들은 대형 케이팝 아이돌과 기초예술 사이에 위치해 지원과 조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 랜선 콘서트 효과, 방역과 진행 형평성도 ‘갸우뚱’
정부나 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랜선 콘서트’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기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부랴부랴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해 홍보 효과가 사실상 전무한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반사의 관계자는 “50만∼100만 원, 또는 심지어 ‘노 개런티’로 랜선 콘서트에 출연하고 나면 해당 기관의 코로나 지원사업 홍보에 동원됐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홍익대 인근 소규모 클럽의 등록 형태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유흥클럽’으로 등록된 곳은 이태원 확산 사태 이후 휴업 중이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돼 있는 곳은 매주 공연을 열고 있다. 정부 차원의 방역 물품은 ‘공연장’으로 등록된 곳에만 지원된다. 따라서 서로 비슷한 규모의 클럽임에도 ‘공연장’에 할당된 소독약품 중 남는 분량을 인근 ‘일반음식점’형 클럽에서 사정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신종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실질적 운영 형태를 고려한 새로운 공연장인증제를 재고하고,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이 혼재하는 지원 신청의 기준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