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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여론 악화에 내년 재보선 빨간불… 與, 뒤늦게 자성모드로

입력 | 2020-07-15 03:00:00

[박원순 의혹]
지자체장 잇단 성추문 부각되며… 黨지지층 2030 여성들도 반발
부동산 혼란 이어 지지율 비상… 김부겸 “서울시 인권위가 조사를”
이중 잣대 비판받던 女의원들… “외부인사 참여 조사위 꾸려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여파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위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는 이날 공개석상에서 박 전 시장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아래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박 전 시장 성추행 진상 규명과 관련해 청문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욕설을 내뱉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사과하기로 한 건 그만큼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전반적인 여론뿐만 아니라 당 지지층의 핵심 기반인 20, 30대 여성들이 민주당의 성인지감수성 부족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전날 ‘대리 사과’로 넘어가려던 건 아니고, 비공개 회의 후 급하게라도 입장을 표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전달한 것”이라며 “이르면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으로선 당장 내년 4월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대한 부담감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윤미향 사태’에 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명확한 수습 없이는 안희정 오거돈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장 ‘미투 사건’까지 줄줄이 부각되면서 선거 참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자칫 정권 레임덕을 불러오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따른 지지율 하락세가 이번 사건으로 더욱 가속화되지 않도록 잘 마무리 짓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 “당 차원의 진상조사 필요”

심상치 않은 여론 변화에 이날 민주당 내에선 진상조사 요구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고통스럽겠지만 당은 당대로,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할 일이 있다”며 당 차원의 진상 파악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 의원은 “당이 그동안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 등이 형식적 수준에 그쳤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며 “피해자 측에서 호소한 내용과 관련해 서울시의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피해자를 직접 불러 얘기를 들어볼 수도 없고,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현재로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피해자 주장대로 서울시가 도움 요청을 묵살했는지에 대한 진상조사는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여성 인권에 목소리를 높여 오고도 정작 이번 사태에선 침묵으로 일관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서울시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여성 의원 전원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지원 시스템과 공공기관 내 성희롱 예방 및 피해자 불이익 금지 제도화를 위한 입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권에 도전한 김부겸 전 의원도 서울시 인권위원회 조사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내년 재·보궐선거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민주당 당헌에는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보궐선거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며 “하지만 당의 명운이 걸린 큰 선거인 만큼 대국민 사과를 해서라도 후보를 내는 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역시 당권에 도전장을 낸 이낙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서 정리된 입장을 곧 낼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 뒤늦은 자성 목소리

영결식 당일까지 ‘애도가 우선’이란 메시지로 일관하던 민주당 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져 나왔다. 박 전 시장의 최측근이자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의 공적 업적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적 한계와 과오까지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성찰할 일”이라며 “고인으로 인해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인의 상처를 제대로 헤아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적었다. 비례대표인 이수진 의원도 “추모의 마음은 제 가슴속에 간직하겠다”며 “실체적 진실을 마주 볼 수 있는 용기를 저 자신에게 구하겠다”고 했다.

송기헌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1000만 인구 서울시의 시장 공백에 대해 민주당 입장에서 죄송하다”며 “장례가 잘 됐기 때문에 이제부터 피해자의 목소리를 좀 더 신중하게 듣고 2차 가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데 당이 더 신경쓰겠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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