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망 전날 오후 3시 ‘첫 보고’…박원순도 어리둥절했다

입력 | 2020-07-15 10:02:00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판 ‘그린 뉴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7.8/뉴스1 © News1


서울시청 출입기자들이 박원순 전 시장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 8일 오전이었다. 당시 박 시장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박 시장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일주일에 적어도 1~2회 이상은 직접 브리핑을 주관해 왔을 정도로 기자들과 가깝게 있었다.

8일 오전 11시에도 박 시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울시청 기자실을 찾았다. 서울시가 오는 2022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직접 발표하기 위해서다.

박 시장은 다소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다들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 탓으로 여겼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가 과감하게 첫발을 내디뎌 그린뉴딜의 표준모델을 제시하겠다”며 40~50여분간 관련 정책을 브리핑했다. 늘 보던 박 시장 모습이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국회를 찾아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부동산 대책을 논의한 뒤 집무실로 돌아왔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언론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후 3시쯤 자신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임 특보는 “8일 오후 3시쯤 서울시 외부로부터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급하게 시장님 집무실로 달려가서 다른 업무 중이시던 시장님께 ‘실수한 것 있으시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 시장은 “그게 무슨 소리냐. 왜 그러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임 특보는 “보고 당시에는 성추행 관련 혐의인 줄 몰랐다”고 전했다.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비서 A씨의 고소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됐으며 9일 오전 2시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진술조사가 진행됐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A씨의 고소가 있기 전에 박 시장의 참모가 문자로 ‘고소 움직임이 있다’는 내용으로 박 시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저녁에도 평소대로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후 7시부터 9시10분까지 2시간 가량 강북구의 한 식당에서 민선 5~7기 전현직 구청장 11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박 시장은 반주로 막걸리 두잔을 마셨다. 당시에도 이상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시장은 이후 서울시청으로 돌아와 참모들과 시장 주재 회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임 특보는 “늘 하던 회의 중 하나로 시장님과 다른 2명이 더 있었다”며 “시장님이 ‘아까 낮에 얘기했던 게 뭐냐. 다시 해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날 새벽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박 시장은 9일 오전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10시40분 박 시장의 오후 공개일정과 관련해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이 취소됐다”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했다.

박 시장은 당초 이날 오후 시장실에서 예정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면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오전에는 서울시청 펜싱팀 선수단의 합숙소를 현장 점검할 예정이었다.

이후 박 시장은 10시44분쯤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배낭을 메고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딸 다인씨는 같은날 오후 5시17분쯤 ‘아버지가 유언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실종신고에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고 박 시장은 실종된 지 7시간 만인 10일 오전 0시쯤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 인근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