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View]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데스파시토’를 부른 가수 루이스 폰시가 리메이크해 15일 전 세계에 공개된 ‘아기상어’ 음원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데스파시토는 16주 연속 빌보드 차트 1위,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 68억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캡쳐
미국 시간 15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5일 오후 10시)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폰시 버전의 아기상어 음원이 올라왔고, 스마트스터디의 유튜브 채널 ‘핑크퐁’에는 뮤직비디오가 업로드 됐다. 아기상어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이다.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이 회사 이승규 부사장이 한 손에는 아기상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핑크퐁 손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핑크퐁의 ‘퐁’은 원래 여우라는 의미의 ‘폭스(Fox)’였다. 발음을 쉽게 하려고 ‘핑크폭스’를 ‘핑크퐁’으로 바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46)은 “아기상어는 동요를 넘어 부모 세대까지 함께 즐기는 ‘패밀리 팝’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각자 목소리와 콘셉트를 넣어 활용하는 플랫폼이 됐다”며 웃었다.
●아기상어 신드롬의 끝은 어디인가
유튜브 캡쳐
“ 2000년대 초반 게임회사에 있으면서 인터넷의 발전으로 ‘리니지’ ‘바람의 나라’ 같은 PC용 온라인 게임이 급성장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스마트폰이 또 다른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걸 느꼈죠. 1주일 내내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가 생긴 거잖아요. 당연히 새로운 사업 기회라고 봤어요.”
기회는 포착했지만 방향성이 잘못돼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학습 보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지만 반응이 시큰둥했다. 학습용 앱은 성적 향상과 직결돼야 하는데 그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게 패인이었다. 10명 남짓한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됐을 때 방향을 틀었다. 교육이라는 틀은 유지하되 타깃 연령을 1~6세로 낮췄다.
“영·유아 교육은 세계적 보편성이 있어요. 국가 불문하고 1~6세 아이들은 공룡을 좋아하고 도형과 색깔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워요. 놀이가 곧 교육이 되는 이 연령층에 맞춰 캐릭터 개발을 시작했지요.”
그렇게 개발된 핑크퐁과 아기상어는 2012년 스마트스터디에 흑자 전환이라는 기쁨을 안겨줬다. 기존 애니메이션이 다루지 않는 희귀 동물로 눈을 돌려 여우(핑크퐁)와 상어를 택했다. 여기에 멜로디를 입혀 핑크퐁 앱에 올리자 수익이 났다.
“글로벌 붐의 시발점은 인도네시아였어요. 2017년 배우 아만다 써니가 TV프로그램에서 아기상어를 부른 걸 기점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아기상어 챌린지’가 시작됐죠. 이후 말레이시아 필리핀 영국 미국까지 순차적으로 인기가 번졌어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빠른 적응과 대담한 시도 덕에 행운이 온 것 같습니다.”
●스토리 강화한 콘텐츠가 온다
유튜브 캡쳐
“극장용 애니메이션 같은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는 공감을 주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해요. 어릴 적 장난감 갖고 놀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토이스토리’, 부모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인크레더블’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공감 포인트를 찾는 게 숙제에요.”
숏폼(짧은 형식) 위주의 기업이어서 긴 서사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도 있다. 지난달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에 100억 원대를 투자한 것도 이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레드독컬처하우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로봇’의 유일한 아시아 제작사로 참여한 2D애니메이션 스튜디오다.
폰시가 아기상어 노래 리메이크를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의 두 아이가 있었다. 아기상어 팬인 아이들과 함께 음원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제임스 코든도, 존 레전드도 그랬다. 세 아이 아빠인 고든이나 딸을 키우는 레전드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아기상어를 불렀다. 이 부사장이 그리는 스마트스터디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스마트스터디가 전 세계 아이들의 유년시절에 지분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어린 팬들이 나이 들어서도 스마트스터디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결혼해 낳은 아이와도 함께 우리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