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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호국영웅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움과 송구한 심정

입력 | 2020-07-16 00:00:00


‘6·25전쟁 영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영결식이 어제 육군장으로 엄수됐다. 백 장군은 6·25 때의 군복을 수의 대신 입은 채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송영근 예비역 중장은 추도사를 통해 “국가장으로 해서 서울현충원에 모시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4일까지 시민 분향소가 운영된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빗속에서 1시간씩 기다리면서까지 조문하는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추모의 물결은 전국으로 확산돼 영결식 이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백선엽과 다른 영웅 덕분에 한국은 오늘날 번영한 민주공화국이 됐다”고 경의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빈소를 찾지 않았으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애도의 글조차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는 11일 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으나 예우에 맞지 않는다는 비난이 이어지자 이튿날 노영민 비서실장을 빈소로 보냈다. 영결식에는 청와대에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보이지 않았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변호사는 “6·25전쟁에서 우리 민족인 북한을 향해 총을 쏘아서 이긴 공로가 인정된다고 현충원에 묻히는 게 맞느냐”는 망발을 했다. 그의 억지 주장에 따르면 현충원에 묻힌 유해 대부분을 옮겨야 할 판이다. 서울현충원은 6·25 참전용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6·25전쟁 영웅인 백 장군을 정작 이곳에 안장하지 못하리라고는 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일부 과격 세력은 어제 대전현충원 앞에서 운구차를 막는 몹쓸 짓까지 벌였다.

백 장군은 생전에 국가보훈처의 대전현충원 안장 결정을 받아들였다. 삶의 마지막을 앞둔 순간에서까지 나라의 결정을 앞세우고 사적인 이해는 뒤로 돌리는 군인정신에서 나온 결정이다. 백 장군과 유족의 넓은 마음 씀과 별개로 나라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호국영웅을 서울현충원에 모시는 것조차 어려운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편협함과 분열이 안타깝고 송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