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여성단체와 인권·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할 서울시가 진상조사 주체로 참여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피해 직원의 성추행 피해 신고가 공식적으로 접수된 적이 없어 몰랐다고 했지만 피해 직원은 여러 차례 서울시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고 했다. 서울시가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이유다. 또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이 연락두절 되기 전까지 성추행 피소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실종되기 전날, 즉 피해 직원의 고소장이 접수된 날 저녁 박 전 시장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린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시 젠더특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피해 직원의 고소장이 접수된 날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되더라도 강제수사권이 없어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서울시가 적당한 선에서 사건을 봉합하려 하거나 조사단이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국회 국정조사나 청문회, 아니면 특별검사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여권에선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고인은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 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고 했다.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숙하기는커녕 피해 직원에 대한 2차 가해로 진상 규명을 훼방 놓으려는 행태가 이어진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만이 피해 직원의 절절한 호소에 호응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