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내년 최저임금 역대 최저 인상에도 “간신히 버텨왔는데…” 거센 반발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소상공인들에게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8590원)보다 1.5% 인상된 8720원. 역대 최저 인상률이지만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에서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었는데 고작 130원이라는 숫자가 우리를 결국 낭떠러지로 밀어버렸다”고 말했다. 특히 5만여 명에 달하는 편의점 점주들은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어 강제적 범법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결정 다음 날인 15일 가장 먼저 인건비를 줄일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67)는 이날 오전 점포로 출근하기 전 취업준비생인 둘째 아들(34)을 깨워 앉혀놓고 일을 도우라고 말했다. 기존에 채용했던 아르바이트 직원 중 주말에 일하던 2명을 1명으로 줄이고 대신 아들을 투입할 생각이다. 이후에도 인건비 감당이 안 되면 아내에게 일정 시간 가게를 맡아 달라고 부탁할 작정이다. 그는 “아들이 3년 동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가 안 돼서 일반 기업 취직을 준비 중인데 더 이상 아들에게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가족의 사활이 걸린 만큼 손이 비는 가족은 모두 투입해 최대한 인건비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주들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쪼개기 근무’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유급휴일에 받는 하루 치 일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편법으로, 아르바이트 직원 한 사람이 월요일과 수요일은 A편의점에서, 화요일과 목요일은 B편의점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쪼개기 근무도 진화시키고 있다. 편의점주끼리 아르바이트 직원을 ‘공유’하는 것으로,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편의점끼리 요일뿐 아니라 시간대도 세분해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주는 이날 “옆집 사장님이 편의점 브랜드와 상관없이, 동네 안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자고 하더라”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육책으로, 정부가 영세소상공인인 편의점주를 편법자로 몰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