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근 경상대 의대 교수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세계에서 비교할 만한 국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공공 부문이 취약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도 많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의료공공성 확보 및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제공’을 설정했고, 이는 이후 발표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으로 구체화됐다. 이 과정에서 공공보건의료는 ‘국민의 생명·안전 및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필수 의료’로 새로 정의되었고 필수 의료의 지역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책임의료기관 중심의 보건의료체계 개편 전략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예산 확보, 법 개정, 제도 개혁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역 공약으로 채택한 대전의료원 설립 약속도 예비타당성조사에 막힌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대전의료원 외에도 8개 지역에 공공병원 신축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번 정권에서 하나라도 시작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보건전담 차관 신설이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라는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런 과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이 모든 일을 보건전담 차관 혼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입법 예고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보건전담 차관 신설 외에 다른 내용이 없다. 행정안전부는 실 단위를 포함한 조직 확대를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어렵게 열린 공공보건의료 강화 정책의 창이 닫히기 전에 신설될 보건전담 차관이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가칭 ‘공공보건의료정책실’ 같은 보건복지부 내 전담조직 신설이 필요하다. 신종 감염병 위기 대응에 국한하더라도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하는 방역체계와 공공보건의료 중심의 신종 감염병 진료체계는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
정백근 경상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