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의혹]이해찬도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 市 “공식적 피해 접수 없어서…” 정의당 “피해자로 명명하는게 적절”
“서울시는 피해 호소 직원의 신상을 보호하고….”(황인식 서울시 대변인)
“‘피해 호소인’이 겪은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전 서울시장(64)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는 15일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며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직원 A 씨를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 역시 이날 국회 당 최고위원회에서 A 씨를 지칭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썼다.
서울시 황인식 대변인은 이에 대해 “‘피해자’라는 용어는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고 (조사 등이) 진행이 된 시점에 쓴다”며 “이 직원이 피해에 대해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말한 것은 없다. 서울시로서는 (해당 사건을) 여성단체를 통해 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자는 “피해를 확신하는 의미의 ‘피해자’와 달리 ‘피해 호소인’은 피해를 확신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준다”며 “해당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A 씨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A 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 호소인, 피해 호소 여성 등의 표현에 대해 “언어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피해 호소인’은 2018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가해자로부터 역고소를 당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학과 여성단체에서 썼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서울시와 여당 대표가 말한 ‘피해 호소인’은 이 같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 이 자체가 2차 가해이다”라고 비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