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의혹]피해자측, 박원순 가해사례 추가공개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서울대에 피해자 지지 대자보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통로 벽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메모들이 붙어 있다. 손글씨로 적은 대자보에는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한 피해자 A 씨의 증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 오후 4년간 A 씨가 당한 성폭력 사례를 공개했다. 박 전 시장이 A 씨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일삼고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 강제 추행을 수시로 일삼았다고 했다. “이상한 낌새를 채지 못했다”며 성폭력 방조 혐의를 부인했던 직원에 대해서도 A 씨는 “시장의 ‘기분’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성희롱·성차별적 업무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에는 2017년 A 씨가 맡은 ‘시장실 비서’ 업무에 대해 “성차별적 업무” “박원순답지 않다”며 동료 직원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서울시 측이 묵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 ‘속옷 심부름, 낮잠 깨우기’는 피해자 몫
A 씨는 시장의 집무실 앞 안내데스크에 앉아 시장을 보좌하는 비서 2명 중 한 명이었다. 박 전 시장의 출퇴근부터 방문객이 오면 다과를 내오고 안내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A 씨 측은 기본 업무 외에도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 이른바 성차별적 업무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업무를 하는 동안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은 빈번했다고 한다. 혈압을 재는 A 씨에게 “자기(A 씨 지칭)가 재면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다”며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했다. 불쾌감을 느낀 A 씨가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게 맞다”고 상부에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을 방문하는 제3자에 의한 성폭력도 있었다고 했다. A 씨 측은 “결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위아래로 훑어보고, 시장실을 방문한 국회의원은 ‘비서를 얼굴로 뽑나 봐’ 같은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A 씨의 비서 업무가 성차별적이라는 문제의식은 당사자만 가진 생각이 아니었다고 한다. 2017년 A 씨와 함께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다른 동료 직원이 ‘시장 핫라인’을 통해 “시장 보좌 비서 업무가 성차별적이다” “박원순답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고쳐지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보직 직원들의 승진·경력과 연계돼 있어 바꾸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 부서 변경 7개월 만에 “다시 비서실 와라”
2015년 7월 비서실로 발령받은 A 씨는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6개월 만인 2016년 1월부터 인사이동을 요청했다.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8차례 요청 끝에 2019년 7월 다른 자리로 이동했으나 올 2월 “다시 비서실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A 씨는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어 고사하겠다’고 했지만 담당자는 문제 상황을 파악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확실한 증거 없인 힘들 거야” 압박하기도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8일 A 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임기제 정무보좌관, 비서관 등이 A 씨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A 씨 측은 “책임과 사과가 느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고 주장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서울시가 15일 내놓은 대책으로는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15일 민관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했지만 이들 단체는 사실상 거부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