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몽펠리에대 폐의학과 연구진은 한국의 비결로 ‘김치’를 들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유럽에서는 독일의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그 이유가 발효된 배추류를 상식(常食)하기 때문이라는 것. 발효된 배추는 사람 세포막에 있는 ACE2(앤지오텐신전환 효소2)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로 이 ACE2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한다. 독일의 사워크라우트(양배추를 절여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도 효자식품으로 꼽혔다. 그리스와 불가리아가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피해를 덜 입은 것도 요거트 등 발효 음료 덕이라고 지적했다.
▷김치는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 때도 한국이 피해를 비껴간 비결로 꼽히며 주목받았다. 김치에 들어간 마늘이 효자라거나 유산균이 효험이 있다는 등의 주장들이 나왔으나 과학적으로 똑 떨어지게 입증해내지는 못한 듯하다. 김치는 미국의 건강 연구지 ‘health’가 2008년 스페인 올리브유, 그릭 요거트, 인도 렌틸콩, 일본 낫토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과거에 비슷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긴 면역이 코로나19에도 작동한다는 ‘교차면역설’도 일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시아의 낮은 사망률에는 이런 여러 요인이 상호보완하며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김치 등 발효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도 중요한 요소로 작동할 것이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