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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에 나온 개헌론…2022년 3월 대선 이전에 논의 물꼬 트일까

입력 | 2020-07-17 18:32:00


17일 제헌절을 맞아 여권에서 다시 한번 개헌론이 쏟아내고 있다. 특히 슈퍼여당이 176석을 갖고 있어 개헌에 찬성하는 표를 합하면 개헌선인 200석을 넘길 수 있는 만큼, 21대 국회가 사실상 개헌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대선 이전에 개헌 논의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제헌절 경축사에서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개헌을 공식 제안했다. 시기도 “앞으로 있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고 규정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했다. 이어 박 의장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며 국가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 “변화된 시대흐름에 맞게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고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우리의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며 “코로나19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 때,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헌법을 다시금 꺼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4·15 총선 직후에도 민주당이 176석 ‘슈퍼여당’으로서 헌법 개정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와 정부는 전혀 개헌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176명), 정의당(6명), 열린민주당(3명), 기본소득당(1명), 시대전환(1명)과 일부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범여권은 193명을 확보하고 있다. 개헌에 적극적인 일부 보수진영 의원이 가세할 경우 범여권이 개헌선인 200명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미래통합당은 개헌론에 대해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때에 개헌 논의가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21대 국회가 할 일은 소모적인 개헌논의가 아니라 민생부터 챙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개헌을 무엇 때문에, 무엇을 변경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이 없다”면서 “지금부터 개헌을 준비해서 내년 4월 (재보선)까지 개헌을 완성할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서 14일 관훈토론회에서 “권력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제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내각제 개헌은 좋지 않겠느냐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장기적 논의에 대해서는 여지를 열어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직접 발의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본회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바 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김준일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