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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헌법 바꾸려면 내년 안에”… 제헌절에 ‘개헌론’ 제기

입력 | 2020-07-18 03:00:00

박병석 “코로나 넘기는 대로 논의”
정세균 총리 “작업 시작할 때 됐다”
슈퍼여당 ‘마지막 기회’ 공감대
통합당 일단 선 긋는 분위기… 김종인 “뭘 위해 뭘 바꾼다는 건지”




제헌절 맞아 현충원 찾은 정치권 제72주년 제헌절인 17일 박병석 의장(앞쪽) 등 21대 국회 의장단 및 국회 상임위원장단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박 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7일 제헌절을 맞아 여권에서 다시 한 번 개헌론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슈퍼여당이 176석을 갖고 있어 개헌에 찬성하는 표를 합하면 개헌선인 200석을 넘길 수 있는 만큼 21대 국회가 사실상 개헌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2022년 3월 대선 이전에 개헌 논의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제헌절 경축사에서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며 개헌을 공식 제안했다. 시기도 “앞으로 있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고 규정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게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고 개헌 논의에 불을 지폈다. 그는 “우리의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며 “코로나19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헌법을 다시금 꺼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4·15총선 직후에도 민주당이 ‘슈퍼 여당’으로서 헌법 개정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청와대와 정부는 전혀 개헌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176명), 정의당(6명), 열린민주당(3명), 기본소득당(1명), 시대전환(1명)과 일부 무소속 의원을 합치면 범여권은 193명을 확보하고 있다. 개헌에 적극적인 일부 보수진영 의원이 가세할 경우 범여권이 개헌선인 200명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미래통합당은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무엇 때문에, 무엇을 변경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면서 “지금부터 개헌을 준비해서 내년 4월(재·보선)까지 개헌을 완성할지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14일 관훈토론회에서 “권력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제의가 있으면 적극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내각제 개헌은 좋지 않겠느냐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장기적 논의에 대해서는 여지를 열어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직접 발의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본회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바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