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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만들어낸 괴물[날씨 이야기/반기성]

입력 | 2020-07-18 03:00:00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해양은 지구 기후를 관장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상승은 해수면 상승을 부르며 해양을 산성화시켜 바다 식량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8일 ‘세계 해양의 날’에 발표한 메시지다. 그는 인류 활동으로 인한 폭염으로 바다가 끓어오르면서 기후 조절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의 바다는 현재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 5개를 떨어뜨린 것과 같은 열량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1월 과학자 14명으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이 대기과학지에 게재한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최근 들어 바닷물이 급격히 뜨거워지는 것을 수치로 경고했다. 논문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바닷물의 평균 온도는 4배 이상 상승했다.

바닷물의 평균 온도가 전 세계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국지적인 바닷물 온도 상승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엘니뇨’다. 동남아시아와 호주에는 가뭄이 오고, 중남미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세계적으로 기상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인도양 서쪽 해양의 바닷물 온도는 올라가고 동쪽 해양의 바닷물 온도는 낮아지는 ‘인도양 다이폴’도 피해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호주의 폭염과 가뭄, 대형 산불, 아프리카와 중동의 메뚜기 떼 재앙 등을 만들어냈다.

‘엘니뇨’나 ‘인도양 다이폴’에 비해 이름이 붙여진 지 겨우 6년밖에 되지 않은 바닷물 온도 상승 현상이 있다. ‘블롭(Blob)’이다.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미국 서부 해안에서 광범위한 지역의 바닷물이 이상적으로 뜨거워졌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기괴하다고 해서 ‘블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블롭’은 프랑스 파리 동물원에서 발견한 생명체에서 따온 이름이다. 단세포 유기체로 점액질 형태인 이 생명체는 뇌가 없지만 인간처럼 판단력을 갖고 있으며, 소화기관이 없는데도 음식을 먹고 소화시킨다. 팔다리가 없는데 자유자재로 몸을 넓히며 이동한다. 우리가 생각해 온 생명체의 개념을 파괴하는 기괴한 존재이다.

과학자들이 미국 서부 해안의 급격한 바닷물 온도 상승을 ‘블롭’이라고 부른 것은 기괴한 현상 때문이었다. 동식물성 플랑크톤과 물고기뿐 아니라 고래와 같은 대형 해양 동물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수많은 해양 생물이 죽어갔다. 치누크 연어 알의 95% 이상이 죽었고 물고기를 먹고 사는 바다사자들과 바닷새 100만 마리도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갔다. 2015년 초에는 미국 워싱턴주가 조개 캐는 것을 금지했다. 독성이 심한 녹조 때문이었다. 지구온난화가 만들어낸 괴물인 셈이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한다. 세계기상기구는 2019년이 지구 관측 사상 바닷물 온도가 가장 높이 올라간 해였다고 발표했다. 이젠 매년 심각할 정도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블롭’ 같은 재앙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전 세계적인 ‘그린 뉴딜’이 꼭 성공했으면 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