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양도세 확대 재검토]文대통령 “금융세제 개편안 재검토”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설익은 대책을 내놓은 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수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다리 끊겼다” 반발에 긴급 처방
문 대통령이 17일 “주식시장을 받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응원이 필요한 시기”라며 주식 세제와 관련한 메시지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책의 큰 방향도 아닌 세제 관련 민원에 대통령이 직접 응답한 격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14∼16일 실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체 응답의 46%로 지난주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5월 첫째 주 71%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보합 또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전주보다 2%포인트 내린 38%를 보이면서 1%포인트 오른 미래통합당(21%)과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금융세제 개편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돼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서는 사상 최대로 불어난 유동성이 건전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주식 등 자본시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두 번이나 나왔던 부동산 대책에 이어 정책 혼선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주식 양도세 인상, 대통령 본인이 결재한 거 아니었나요”라며 졸속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금융소득 과세 연기 및 과세 기준 조정할 듯
문 대통령의 이날 지시로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금융투자소득 과세 기준과 공제 범위, 도입 시기 등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정부가 과세 시행 시기를 일정 기간 연기하거나 과세 기준선을 올리는 방안을 꺼내 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행 시기를 미루면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을 당분간 잠재울 수 있고 과세 기준을 올릴 경우 과세 대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당초 밝힌 공제 기준(2000만 원)을 적용하면 전체 투자자의 5%인 30만 명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이달 7일 공청회에서 지적된 주식 양도세 월별 징수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이 담길지도 관심사다. 당시 기재부는 “여러 지적이 나왔으니 신중히 검토해 최종적으로 더 나은 방안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증권 거래세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거래세를 폐지하면 시장 교란의 원인으로 꼽히는 초단타 매매를 억제할 수단이 사라지고 외국인 과세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다.
금융세제 개편안을 아예 보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부가 장기간에 걸쳐 금융세제 개편 방향을 밝혀 온 이상 전면 철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공청회 등에서 제시된 문제점을 보완해 다음 주에 정부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