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동학개미운동’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도 영향 청년층 ‘재테크 스터디’ 부쩍 늘어
취업준비생 최모 씨(37)는 올해 끝내 취업을 포기했다. 그 대신 주식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지금은 ‘재택 단타 거래’를 하고 있다. 최근 크게 늘어난 시중 유동자금이 증시로 몰리며 주가가 오르자 이에 편승하는 것만으로도 소소하게 돈을 번다. 최 씨는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더 안 좋아져 취업에선 꿈을 잃었지만 그나마 주식 투자로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시중 유동성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재테크 스터디’에 매진하며 주식 투자에 나서는 20, 3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늘릴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수입으로는 꿈꿀 수 없을 만큼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주식시장으로 눈 돌린 젊은층이 늘었다.
○ 신규 개설 주식계좌 절반이 2030세대
대학원생 이모 씨(30)는 최근 동호회를 만들어 주식 스터디를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대면 모임이 힘들어지자 매주 2시간씩 화상으로 스터디를 하고 있다. 동호회 멤버 일부는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주식 투자자로 나섰다. 이 씨는 “은행 저축만 해서는 돈 모으기 힘든 시대가 된 지 오래”라며 “박사과정 준비로 정신이 없지만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간 내 집 마련도, 결혼도 어려워질 것 같아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으로 불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지자 주식 공부에 매달리는 2030세대가 급증했다. 여기에다 실물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시중 유동성이 사상 최대로 불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풀린 현금 유동성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는 5월 3054조 원으로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 미래 불안에 각자도생 나선 ‘젊은 개미들’
일각에서는 최근 젊은층의 주식 투자 열풍이 2017, 2018년 가상통화 투자로 ‘한 방’을 노리던 흐름과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원 최모 씨(29)는 직장 생활로 모은 자금을 주식 투자에 ‘올인(다 걸기)’했다. 정부가 최근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그린벨트 테마주에만 4000만 원 넘게 ‘몰빵’ 투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취직하고 직장생활을 열심히 해도 평생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니 젊은층이 투자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수입도 없는 청년들이 주식 투자에만 몰두하면 국가 전체의 성장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경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똑똑한 개미’들이 많아졌다는 분석도 많다. 오정근 한국ICT금융융합학회장은 “주식 투자에 나서기 전에 젊은층이 증시의 메커니즘과 가격을 결정하는 금리, 부동산 동향 등 최소한의 금융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막무가내식 투자를 했다간 개인 파산 등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