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베스트 닥터’] <8> 조정기 한양대 비뇨의학과 교수 3,4기 환자에도 先항호르몬제 치료… PSA수치 낮춘후 수술해 효과 높여 “가급적 항암제 쓰기 전단계서 치료… 무기력감-탈모 등 부작용 덜어야”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해 새로운 치료법을 적극 시도한다. 전립샘암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들은 항호르몬제를 투입해 전립샘특이항원(PSA) 수치를 낮춘 뒤 수술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의대를 졸업하면 인턴 과정을 밟는다. 이후 전공을 택해 레지던트 생활을 한다. 조 교수가 마음에 담았던 전공은 비뇨의학이 아니었다. 인턴 마지막 달, 아버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진로를 바꿔 놓았다. 짧은 머뭇거림 후에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병원에 갔더니 전립샘암이란다.”
명색이 의사인데 전립샘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평범한 자영업자로,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 왔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뭘 해야 하나. 조 교수는 기꺼이 전공을 바꾸기로 했다. 비뇨의학을 선택했고, 전립샘암 연구에 전념했다.
○호르몬 치료 후 수술로 효과 높여
전립샘암이 생기는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남성 호르몬의 영향이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전립샘암은 남성 호르몬을 잡아먹고 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립샘특이항원(PSA)은 암과 같은 질병의 위험이 있으면 증가한다. 보통 PSA 수치가 4 이상(단위는 ng/mL)이면 암을 의심한다. 초기 전립샘암 환자의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주변 장기에 침투했거나 전이되면 생존율이 많이 떨어진다. 현재 국내의 ‘표준 치료’ 지침에 따르면 1, 2기의 경우 전립샘을 들어내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이 어려운 3기 혹은 4기 이후로는 방사선 치료나 호르몬 치료, 혹은 항암 치료를 주로 한다.
조 교수는 이 표준 치료 지침을 종종 따르지 않는다. 3기와 4기 환자들에게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 충남 천안에 사는 6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조 교수는 먼저 고용량의 항호르몬제를 투입했다. 한 달 후 PSA 수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항호르몬제의 용량을 낮춰 9개월 동안 투입했다. PSA 수치가 0.4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 달 PSA 수치가 0.6으로 높아졌다. 조 교수는 PSA 수치가 반등하는 이 시기를 수술할 타이밍으로 규정한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결과는 좋았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세포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재발을 막기 위해 지금도 간헐적으로 항호르몬제를 투입하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비뇨의학계에는 이 치료법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통념이 강하다. 이 때문에 1차 치료법으로 ‘공인’되지 않았고, 그 결과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치료비도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간혹 결과가 썩 좋지 않아 항암 치료와 2차 호르몬 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조 교수는 ‘강행’한다. 조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단 몇 개월이라도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일부 환자에게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급적 항암제를 쓰기 전 단계에서 치료하고 싶다. 호르몬제만 쓰면 무기력감이나 탈모 같은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 환자의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뭐든지 도전하는 ‘좌충우돌’형 의사
요즘에는 전립샘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많다. 조 교수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립샘을 적출할 때 방법이 좀 다르다. 대부분 의사는 전립샘 적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접 장기인 방광을 밑으로 내린다. 조 교수는 방광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그 밑으로 수술 도구를 삽입한다. 시야 확보도 더 어려워지고 수술 시간도 길어지지만 이 방법을 고수한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란다. 전립샘암 수술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소변이 새는 것인데, 방광을 건드리지 않으면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조 교수는 이처럼 자기만의 치료법을 늘 개발한다. 비뇨기 질환과 관련해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 2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외부 7개 기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내 벤처도 운영한다. 그 벤처 기업에서 전립샘 적출 후 나타나는 부작용인 발기부전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올해 말에 시제품이 나오며 2022년에는 진료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밖에도 남성 피임기구도 개발 중이다. 조 교수는 스스로를 “의사이자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과학자”라고 말했다.
▼ 조 교수가 권하는 전립샘암 예방법 ▼
올리브유에 데친 토마토 섭취를… 골반근육 강화 케겔운동도 도움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 매주 4회 이상 새벽에 수영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몇 달째 수영장에 가질 못했다. 대면 접촉이 적은 필라테스를 배워볼 참이다. 필라테스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이런 일상적 운동이 전립샘 건강에 좋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조 교수는 추가로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데쳐 먹을 것을 권했다. 토마토와 올리브의 조합이 전립샘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케겔 운동도 권했다. 케겔 운동이 여성들이 주로 하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으로 아는 이가 많다. 하지만 조 교수는 “나이가 들면 남성도 마찬가지로 골반 주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필요하며 실제로 전립샘 적출 수술 전후에도 케겔 운동을 권한다”고 말했다.
케겔 운동은 서서 해도 되고, 앉아서 해도 되며, 누워서 해도 된다. 복부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괄약근에 힘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누워서 하는 경우를 보자. 천장을 보고 누운 뒤 무릎을 굽힌다. 이어 배를 들어올리면서 괄약근 주변을 수축하고 내려놓으면서 이완한다. 5초 수축하고 5초 이완하며, 총 5회 정도를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그래도 전립샘암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남성이라면 정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직계에 전립샘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확률은 5배 높아진다. 검진할 때 반드시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를 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모든 암의 원인이 되는 담배는 끊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