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챔스 정복하고 돌연 사퇴… 작년 3월 팀 재건 특명 받고 복귀 호날두 없는 위기서 빛난 리더십 수비 강화하고 공격 벤제마 중용, 숙적 바르사 크게 따돌리고 축배
17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확정지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 감독을 헹가래 치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레알 사령탑에 복귀한 지단 감독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팀을 라리가 정상으로 이끌었다. 2016∼2017시즌 우승 이후 3시즌 만에 다시 우승컵에 입을 맞춘 레알은 라리가 최다인 통산 3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마드리드=AFP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48·프랑스)은 17일 팀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우승한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며 이같이 말했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은 그는 “챔피언스리그 우승보다 더 기쁘다”는 말로 라리가 정상 등극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레알 마드리드(레알)는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비야레알과의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안방경기에서 2-1로 이겨 2019∼2020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승리로 26승 8무 3패(승점 86)가 된 레알은 2위 FC바르셀로나(승점 79)와의 승점 차를 7로 벌리며 남은 1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결정지었다.
유럽 언론들은 레알의 왕좌 등극 비결로 한결같이 지단 감독의 리더십을 꼽았다. 영국 BBC는 “2011∼2012시즌 이후 라리가에서 우승한 레알 감독은 지단이 유일하다”는 한 문장으로 지단의 능력을 평가했다. 레알은 지단 감독이 팀을 떠나 있던 지난 두 시즌 연속 2위도 아닌 3위에 머무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2000년대 이후 최다 패배(12패)를 당했고, 라이벌 바르셀로나와의 승점 차는 역대 최다인 19점까지 벌어졌다. 훌렌 로페테기,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이 모두 한 시즌을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경질되면서 팀은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현역 시절 최고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지단 감독의 리더십은 위기에서 더욱 빛났다. 선수 라인업은 지난 시즌과 같았지만 포메이션 변화와 전술적 유연성으로 팀을 변화시켰다.
특히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 강화에 집중했다. 지단 감독은 세르히오 라모스(34)를 중심으로 페를랑 멘디(25), 라파엘 바란(27), 티보 쿠르투아(28), 카세미루(28)로 이어지는 탄탄한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2017∼2018시즌 44골, 지난 시즌 46골을 허용한 레알은 이번 시즌에는 37경기에서 23실점밖에 하지 않아 유럽 5대 리그에서 최소 실점 팀이 됐다. BBC는 “지단이 지휘봉을 잡은 후 레알의 수비가 훨씬 더 촘촘해지면서 상대 팀 공격수가 뚫을 공간이 줄었다”고 평했다.
지단 감독은 공격에선 카림 벤제마(33)에게 힘을 실어주며 화끈한 득점력을 이끌어냈다. 벤제마는 이날 경기에서도 두 골을 혼자 책임진 것을 포함해 리그 21골로 득점 순위 2위에 오르며 호날두의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웠다. 주장 라모스는 “우승의 열쇠는 감독님이었다. 감독님은 레알이라는 배의 진짜 ‘캡틴’”이라고 말했다. 지단 감독은 “라모스가 엔진 역할을 했다. 모두의 모범이 됐다”며 칭찬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