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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법무장관까지 훈수… 불신만 키우는 중구난방 부동산 엇박자

입력 | 2020-07-20 00:00:00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제 오전 SNS를 통해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추 장관이 논거로 든 ‘금부 분리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소관업무도 아닌 부동산정책에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낸 것을 두고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반박한 데 이어 어제 또다시 부동산정책에 대한 글을 올렸다.

정부 중요 정책에 대한 심의권한을 갖고 있는 국무위원이라 해도 국무회의 석상에서 토론에 부쳐진 사안에 의견을 내야 하는 것이지, 시도 때도 없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개인적 견해를 마구 공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각 부처 장관들이 너도나도 다른 부처의 정책에 훈수를 두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토론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추 장관이 느닷없이 부동산정책에 끼어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여권 대권경쟁 등 법무부 장관 이후의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 요지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투기자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당 인사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 논의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어제 정세균 국무총리는 “당정 간에 의견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그린벨트 해제 신중론을 펴고 나섰다.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17일 “이미 당정 간 의견을 정리했다”고 한 발언을 이틀 만에 뒤집은 셈이다. 앞서 지난주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1차관이 하루 새에 정반대 언급을 한 데 이어 오락가락 행보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나 군시설 해제 및 개발 같은 토지개발 사업은 철저한 보안 속에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전격 시행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정책 실패로 민심이 이반한 상황에서 수습책을 놓고도 엇박자에 중구난방이니 불신만 깊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