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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빨아들이고 경로 추적… 바다 청소하는 ‘착한 기술’

입력 | 2020-07-20 03:00:00

태양열로 움직이는 무인 바지선… 물 위 떠다니며 하루 50t 수거
공기방울로 쓰레기 바다 유출 막고… 해류 분석해 이동경로 추적하기도




쓰레기 수거 바지선 ‘인터셉터’. 하루 최대 50t의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션클린업 제공

2017년 북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수심 4947m 심해저에서 햄 깡통이 발견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원격조종 잠수정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하다 우연히 이 깡통을 발견했다. 앞서 이 잠수정은 수심 3780m 지점에서 맥주 깡통을 찾아냈다. 해양 쓰레기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닷속까지 흘러갔다는 소식은 큰 충격을 줬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바다는 여전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각국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점점 지구의 쓰레기 처리장이 되고 있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은 최근 쓰레기를 집어삼키는 무인 바지선 ‘인터셉터’를 공개했다. 인터셉터는 물 위를 떠다니며 컨베이어벨트로 쓰레기를 빨아들인다. 컨베이어벨트 끝에는 쓰레기통이 있다. 쓰레기통은 담당자가 다른 배를 타고 가 주기적으로 교체해준다. 태양열로 구동돼 환경오염 우려도 적다. 이 바지선은 이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성능 검증을 마쳤다. 오션클린업은 인터셉터가 하루 최대 50t의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양 쓰레기는 바다를 떠다니는 부유 쓰레기와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침적 쓰레기로 나뉜다. 플라스틱 등 부유 쓰레기가 깡통 등 침적 쓰레기보다 상대적으로 수거하기가 쉽다. 다만 수거효율을 높여야 한다. 해류의 흐름을 분석하는 방법이 최근 부유 쓰레기 수거에 시도되고 있다. NOAA가 운영 중인 ‘오스커스’는 북태평양 전 지역의 해류를 90km 간격으로 측정한다. 측정한 해류 정보와 기상 정보를 통해 쓰레기의 향후 경로를 예측한다. 1992년 미 알래스카 앞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화물선에 실린 목욕용 장난감 2만9000개도 오스커스를 활용해 회수했다.

침적 쓰레기를 회수하는 방법으로는 갈고리 등 수거장비를 로프로 매달아 바닥을 끌며 수거하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무게가 더 나가는 것은 크레인으로 직접 인양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수거 방법은 한계가 있다. 침적 쓰레기 1t당 약 25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침적 쓰레기 인양 과정에 해저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바다의 어느 지점에 침적 쓰레기가 쌓여 있는지를 찾는 데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수중 로봇을 이용해 물체 탐지기로 침적 쓰레기를 찾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쓰레기를 판별하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김경련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일정 면적의 해역을 지정하고 거기에서 해양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확인한 뒤 전체 해역의 해양 쓰레기를 추정한다”며 “해양 쓰레기 수거 예산보다 찾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런 이유로 선제적으로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쓰레기들을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그레이트 버블 배리어’는 지난해 11월 공기 방울로 쓰레기가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제시했다. 바다와 이어진 강바닥에 공기 방울을 뿜어내는 파이프를 설치해 쓰레기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에어커튼을 치는 원리다. 강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위로 끌어올려 수거를 용이하게 하는 한편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게 한다. 암스테르담 베스테르독 운하에서 테스트 해본 결과 공기 장벽이 흘러가는 쓰레기의 86%를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중 산소량을 높여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녹조 현상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수거 전용 선박이나 휴어기에 놀고 있는 어선을 활용해 직접 수거하고 있다. 해마다 7∼9월에는 해양 쓰레기 수거 사업이 집중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