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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조사받다 사라진 금융왕… 200조원대 회사 中정부가 꿀꺽

입력 | 2020-07-20 03:00:00

中 30대 부호에 드는 샤오젠화… 3년전 홍콩 피신중 납치 목격돼
中당국 “계열사 9곳 경영권 접수”
우한 참상 알리거나 中정부 비판… 시민기자-기업인 등 실종 잇따라




3년 전 홍콩에서 실종된 중국 재벌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이 소유한 총 200조 원 규모의 회사들이 하룻밤 사이 중국 정부 소유로 넘어갔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중국 정부가 샤오 회장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긴 했지만 공식 확인되지 않았고, 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중국 은행보험관리감독위원회는 17일 밤 화샤(華夏)생명보험, 톈안(天安)생명보험, 신스다이(新時代)신탁, 신화(新華)신탁 등 6개 금융 회사의 경영권을 접수해 관리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신스다이증권, 궈성(國盛)증권 등 3개 증권 회사의 경영권 접수 관리 방침을 공고했다. 총 9개 회사의 주인이 하루 만에 민간인에서 정부로 바뀐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이번에 경영권이 박탈된 회사들은 모두 부패 문제로 중국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샤오 회장의 밍톈(明天)그룹 계열 회사들”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샤오 회장이 대리인들을 앞세워 직간접적으로 다수의 금융 회사를 지배하는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이 심각한 금융 안정 위협 요인으로 보고 우려해 왔다”고 보도했다.

샤오 회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부터 금융업에 진출해 막대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기준 재산이 약 60억 달러(약 7조2300억 원)에 달해 중국 부호 3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재산 형성 과정이 베일에 가려 있어 ‘신비의 거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샤오 회장은 시진핑 집권 초기 부정부패 혐의로 몰려 홍콩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7년 1월 휠체어에 실려 정체불명의 남자들에 의해 옮겨지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후 그는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샤오 회장이 중국 본토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지금까지 행적이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중국 당국은 이번 무더기 ‘경영권 접수’에 대해 설명을 아꼈다. 다만 “이 회사들이 실제 소유주의 지분 정보를 은폐하는 등 지배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서 “고객과 투자자의 권익, 사회 공익을 위해 법률에 근거해 경영권을 가져간다”고 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9개 회사의 자산 총액이 최소 1조2000억 위안(약 20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샤오 회장 외에도 중국에서 주요 인사들이 실종되는 일은 여러 차례 있었다. 중국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 회장은 2월 시진핑 주석에 대해 “‘벌거벗은 광대’가 계속 황제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3월에 실종됐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우한에서 참상을 고발한 변호사이자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 씨도 2월에 실종됐다. 천 씨에 앞서 우한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중국 정부의 방역 조치를 비판했던 팡빈(方斌) 씨 역시 2월에 실종됐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