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동조(conformity) 현상이란 게 있다. 인간이 암묵적 집단 압력을 느껴 집단 규범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현상이다. 누가 봐도 답은 명확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틀린 답을 말하면 그 답이 옳다고 믿게 되는 솔로몬 아시의 ‘선분(線分) 실험’이 유명하다. 인간에게는 다른 인간의 힘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잘 선별된 엘리트 집단일수록, 그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할수록 신념과 행동 양식은 서로 닮기 쉽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책임감이 분산되는 제노비스 신드롬(방관자 효과)도 단서를 준다. 1964년 3월 뉴욕타임스가 대서특필한 키티 제노비스 살인 사건은 미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새벽 3시경 퇴근하던 28세 여성 제노비스가 따라오던 괴한에게 난자당해 사망했다. 여성은 30여 분에 걸쳐 세 번이나 칼에 찔리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38명에 달했던 목격자들은 모두 “누군가 이미 경찰을 불렀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6층 사람들 중 지방별정직 27명은 박 시장 사망이 확인된 10일 자동 면직됐고 임순영(젠더특보) 등 몇 명만 임기가 남았다. 이들 대부분이 연락 두절 상태라 한다. 이들이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진상 규명에 적극 응해야 한다. 만약 심리적 집단 동조 현상 같은 수렁에 빠져 직분을 다하지 못하거나 사태를 은폐로 이끈 잘못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