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6개월]코로나 국민인식조사 살펴보니
대학생 박모 씨(21)는 올해 4월경 1년 넘게 일했던 식당 사장에게 “상황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처음에 월급을 줄이자는 얘긴 줄 알았지만, 결국 “미안하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아르바이트이긴 했어도 처음 겪어본 실직. 그 뒤 박 씨는 지금껏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20일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1월 20일)한 지 반년을 맞는 날. 이 길고긴 6개월 동안 코로나19에 가장 큰 악영향을 받은 건 다름 아닌 20, 30대 청년층과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보건정책관리 전공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생계가 끊기는 등 ‘일상의 정지’를 가장 크게 느꼈으며 회복 속도도 느렸다. 청년층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실직 경험 비율이 가장 높았다.
○ “저소득층과 청년층, 일상 회복세 느려”
올해 1∼6월 6차례에 걸쳐 실시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묻는 ‘일상 정지’ 항목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답변을 한 집단은 20, 30대로 구성된 ‘학생’(10대는 조사 대상 제외)과 월 가구소득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으로 나타났다.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면 0점, 변한 게 없으면 100점으로 보는 척도에서 저소득층은 3월 30일 조사부터 50점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었다. 학생 역시 3월 3일 이래 50점 아래만 기록했다.
유 교수는 “학생과 저소득층의 일상 정지 점수가 낮은 건 이들이 코로나19 경기 침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집단이기 때문”이라며 “재난지원금 같은 한시적 제도보다 ‘코로나 취약층’을 일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직 경험’을 묻는 항목에서는 청년층의 비애가 뚜렷했다. 20대는 5월 24.3%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해 전 기간과 연령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마지막 조사 기간인 7월에도 20.2%를 나타내 여전히 가장 높은 ‘실직 경험’을 보였다. 전체 평균 13.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30대도 14.7%로, 20대와 30대만이 평균보다 높았다.
유 교수는 “코로나19로 정규직 일자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 일자리까지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과 맞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불안, 공포가 분노와 슬픔으로 전환”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심리적 그림자’도 드리웠다. 세대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이 만연한 것이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슬픔은 비율은 높지 않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모양새다. 2월 1.6%로 미미했던 슬픔의 감정은 3월 7.2%, 5월 11.6%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공포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전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