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View]‘스마트스터디’ 이승규 공동창업자
아기상어 인형을 안고 핑크퐁 캐릭터의 손을 잡은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부사장. 여우를 모델로 한 핑크퐁은 원래 ‘핑크폭스’였는데 발음을 쉽게 하려고 바꿨다. 이 부사장은 “영·유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선호하는 화사한 핑크색을 캐릭터 색으로 정했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루이스 폰시
그 폰시가 바이브레이션까지 넣어 아기상어 노래를 부르고, 그의 캐릭터와 아기상어 가족이 함께 나오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제작됐다.
미국 시간 15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5일 오후 10시)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폰시 버전의 아기상어 음원이 올라왔고, 스마트스터디의 유튜브 채널 ‘핑크퐁’에는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됐다. 아기상어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스마트스터디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46)은 “아기상어는 동요를 넘어 부모 세대까지 함께 즐기는 ‘패밀리 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웃었다.
스마트스터디의 시작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학습 보조 애플리케이션(앱) 이었다. 게임업체 넥슨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이 부사장은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이 가져올 변화를 직감하고 당시 팀원이던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10명 남짓한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됐을 때 방향을 틀었다. 타깃 연령을 1∼6세로 낮췄다.
“영·유아 교육은 보편성이 있어요. 국가 불문하고 1∼6세 아이들은 공룡을 좋아하고 도형과 색깔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워요. 놀이가 곧 교육이 되는 이 연령층에 맞춰 캐릭터 개발을 시작했지요.”
기존 애니메이션이 잘 다루지 않는 여우(핑크퐁)와 상어를 택했다. 여기에 멜로디를 입혀 핑크퐁 앱에 올리자 수익이 났다. 그렇게 개발된 핑크퐁과 아기상어는 2012년 스마트스터디에 흑자 전환이라는 기쁨을 안겨줬다. 2015년 자체 앱에서 유튜브로 플랫폼을 확장한 것이 스마트스터디의 운명을 갈랐다.
“글로벌 붐의 시발점은 인도네시아였어요. 2017년 배우 어맨다 서니가 TV프로그램에서 아기상어를 부른 걸 기점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아기상어 챌린지’가 시작됐죠. 이후 필리핀 영국 미국까지 인기가 번졌어요. 새로운 플랫폼에 빠르게 적응한 덕에 행운을 잡았죠.”
스마트스터디가 미국 케이블 채널 니켈로디언과 공동투자해 제작한 아기상어 TV 애니메이션에는 상어 가족에 더해 물고기, 해마, 문어 등이 등장한다.(위 사진) 가수 루이스 폰시가 리메이크해 15일 전 세계에 공개한 ‘아기상어’ 음원 뮤직비디오. 스마트스터디 제공
“극장용 애니메이션 같은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는 공감을 주는 스토리가 가장 중요해요. 어릴 적 장난감 갖고 놀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토이스토리’, 부모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인크레더블’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공감 포인트를 찾는 게 숙제예요.”
숏폼(짧은 형식) 영상에 주력해온 탓에 긴 서사의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움도 있다. 지난달 넷플릭스 오리지널 ‘러브, 데스+로봇’의 유일한 아시아 제작사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에 100억 원대를 투자한 것도 이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다.
“저희가 만들려는 콘텐츠는 숏폼 애니메이션보다 영화에 가까워요. 부족한 역량은 투자와 인수로 채울 겁니다. 픽사와 마블을 인수하면서 콘텐츠 라인업과 크리에이터를 강화한 디즈니처럼요.”
폰시가 아기상어 노래 리메이크를 결심한 배경에는 자신의 두 아이가 있었다. 아기상어 팬인 아이들과 함께 음원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이 그리는 스마트스터디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스마트스터디가 세계 아이들의 유년시절에 지분을 갖게 됐습니다. 팬들이 나이 들어서도 스마트스터디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결혼해 낳은 아이와도 함께 우리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