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대책 이후]與내부서도 ‘제각각 발언’에 우려
여권 관계자는 최근 당정청 인사들의 잇따른 부동산 발언과 메시지에 대해 19일 이렇게 말했다. 정부 여당 주요 인사들이 제각각 발언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의미다. 여권 내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래 가장 심각한 정책 통제 불능 상태”라는 우려까지 나오지만 누구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그린벨트 ‘풀자 vs 못 푼다’ 혼란 속 가격만 올라
당정청이 7·10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시장의 관심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정부 여당 핵심 인사들이 해제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낸 데 따른 것이다.
혼선은 비단 그린벨트에만 그치지 않았다. 15일 열린 ‘주택공급확대 범정부 태스크포스 실무 기획단’ 첫 회의에서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도심 재건축 용적률 완화 등 규제 완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7·10대책을 발표할 때만 해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불가 방침을 고수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없으니 재건축·재개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국토부는 그린벨트도 재건축 규제도 풀 수 없다고 하고, 여당은 ‘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은 다 내놓자’는 분위기”라며 “각자 처지가 다를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단일한 목소리가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과 수서역 인근 등 그린벨트 해제 대상으로 예측되는 지역의 부동산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인근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고 이미 호가가 1억 원 넘게 뛰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택 매매, 전세에 이어 그린벨트 및 인근 지역까지 번져가고 있는 셈이다.
○ 법무 수장 秋 “금융-부동산 분리해야” 훈수 가세
여기에 경제 정책과 상관없는 여권 인사들까지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가세하면서 혼선은 더욱 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는 근본 원인은 금융과 부동산이 한 몸이기 때문”이라며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19일에도 “제가 제안한 ‘금부 분리’는 당연히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엄청난 돈을 생각지 않고 자꾸 그 시장에 돈을 집어넣는 정책을 쓴다면 부동산 가격 내리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공급 확대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 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여권이 “스스로 초래한 혼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추 장관을 집중 겨냥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추 장관이 총체적 난국을 맞은 법무부 감당도 어려워 보이는데 업무 밖 외도를 하시니 국민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며 “(추 장관이) 내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출마 의사가 있다면 괜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변죽을 울리지 말고 오는 월요일 아침에 거취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이 커지자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에 대해 자기 의견을 다 얘기해야 하는데, 그럴 때는 안 하다가 이 일(부동산)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호경·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