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학교/코로나19 6개월] <上> 일선 교사들 ‘혼돈의 원격수업’
“1학기요? 예고도, 준비도 없이 시작된 온라인 개학으로 교사들은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 걱정은 이제부터죠. 2학기에는 달라져야 하는데….”
동아일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의 학교 현장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전국 초중고 교사 1933명에게 설문을 하는 동시에 다양한 지역과 학교의 교사들을 인터뷰했다. 교사들은 난생처음 하는 원격수업도 어려웠지만, 교육당국의 무책임이 더 현장을 힘들게 했다고 토로했다.
○ 교육부의 일방통행, 뒷감당은 학교가
설문에서 교사들은 원격수업이 준비 없이 갑자기 시작된 것에 대한 당혹감을 드러냈다. 원격수업이 결정됐을 때 ‘교육당국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72.4%, ‘교사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54.7%에 달했다.
수도권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는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 사실은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고, 개학 일정은 일명 ‘맘카페’에 도는 ‘지라시’를 통해 알았다”면서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와 교사를 나 몰라라 하니 교사들이 얼마나 무기력했겠느냐”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 이후에는 지침 없이 처리해야 하는 학사 업무 및 현실과 동떨어진 방역 대책이 혼선을 키웠다. 교사들은 당장 출결 관리, 수행 평가, 성적 처리 등 민감한 사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야 했지만 교육당국은 ‘학교 자율’을 내세우며 한동안 결정을 미뤘다.
등교를 하지 않는 날도 무조건 해야 하는 출석체크와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 여부 확인도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다. 고교 교사 이모 씨는 “체크 안 한 애들한테 전화하면 받지도 않고, 학부모에게 전화하다가 수신거부를 당한 적도 있다”면서 “현장은 엉망인데 위에서는 시간 내 응답률을 높이라고 독촉하고 학교별 응답률로 점수까지 매긴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2학기에도 이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봐 걱정이 크다. 현장에서는 미리 준비해야 할 실무들이 많은데, 교육부가 뒷북을 치는 바람에 일을 두 번 세 번 해야 한다는 것.
○ 교사 양극화 해소할 지원 절실
사실 교사들이 가장 힘든 건 매일매일의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간 ‘수업의 달인’이라고 불리던 교사들마저 새로운 수업 방식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가르치는 실력뿐만 아니라 디지털 역량에 따라서도 수업의 질이 엇갈리면서 전체적으로 교육의 수준이 낮아졌다는 반응이 많다. 설문에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한 수업 완성도를 묻자 52.4%가 ‘낮아졌다’고 평가했고, ‘매우 낮아졌다’는 응답도 6.6%였다.
실제 학교 현장에는 실시간으로 쌍방향 수업을 이끌어가는 교사와 온라인으로 EBS 링크를 전달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양극단의 교사들이 존재한다. 한 고교 교감은 “우리 학교의 경우 쌍방향 수업을 하는 교사는 없고, 자기 수업을 녹화해 올리는 사람도 열 명 중 한두 명”이라며 “파워포인트(PPT) 자료에 음성을 입혀 올리는 교사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교육당국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독려하지만 수업을 녹화해서 올리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교사가 촬영, 편집, 자막 처리, 파일 압축 등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교사는 “30분짜리 수업 찍는 데 편집만 서너 시간 걸리기도 하고, 화장하고 세트장에서 조명 받으며 강의하는 온라인 강사들과 비교당할 각오도 해야 하니 엄청난 용기와 열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코로나19가 계속될 경우 가장 필요한 것으로 ‘원격수업용 콘텐츠 다양화’(48.6%)를 꼽았다. 교육당국이 원격수업용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대로 지원해달라는 요청이다. 이런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학교마다 극소수 교사들이 ‘해결사’ 역할을 떠맡게 되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젊은 교사나 과학 또는 정보 담당 교사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고교 교사인 30대 김모 씨는 “나 역시 모든 게 처음이고 익숙지 않지만 다른 선생님들이 워낙 힘들어하시니 젊은 교사들끼리 알음알음 공부하며 학교를 끌고 가는 형편”이라며 “교사 연수자료는 물론이고 교과별 수업 영상까지도 젊은 교사 몇 명이 전담 제작하고 공유하는 방식이다 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