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그린벨트, 당정 의견 정리”… 이틀뒤 정세균은 “아직 정리 안돼” 용적률 놓고도 김현미-與 온도차… 추미애-이재명까지 나서 정책 훈수 중구난방 메시지로 혼란 더 부추겨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 제2차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0.2.19/뉴스1 © News1
부동산 공급 대책을 둘러싼 당정청의 혼선이 거의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의 계속된 정책 발표를 비웃듯 부동산 시장이 들끓고 있지만 정부 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중구난방으로 발언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오히려 부추기는 양상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그린벨트 관련 당정청 합의에 대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며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고 했다.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17일 “이미 당정 간 의견을 정리했다”고 말한 것과 다른 흐름이다. 앞서 경제 사령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한 바 있다.
당정청 핵심 인사들 간에도 기초적인 의견 조율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동산 정책의 불확실성만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그린벨트 해제 후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난맥상 속에서 부동산 정책과 무관한 여권 인사들까지 가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부터라도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 한다”고 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향상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추 장관과 이 지사는 각각 차기 서울시장,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여권 내 혼선을 조정할 방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청주 대신 반포 아파트’ 선택을 시작으로 부동산 정책이 희화화됐고,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가 쏟아지면서 정책적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분명한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정 총리와 김 실장의 인식은) 정확히 같다.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를 해보자는 것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라며 정책 혼선을 사실상 부인했다. 한 여당 의원은 “이러다 부동산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