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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민, 서울∼지리산 성삼재 버스노선 ‘강력 반발’

입력 | 2020-07-21 03:00:00

“지역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결정… 지리산 환경 파괴 가속화할 것”
전남도 “국토부 등에 재검토 요청”
130개 시민단체, 반대운동 나서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성삼재 주차장. 24일부터 서울과 성삼재를 운행하는 시외버스 노선 허가에 대해 구례주민들이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뉴시스

국토교통부의 서울∼지리산 성삼재 시외버스 노선 허가에 대해 전남 구례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가 지역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다 지리산의 환경 파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버스 운행을 막는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구례군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함양지리산고속에 서울∼성삼재 구간 시외버스 운행 승인을 통보했다. 이 노선은 서울∼함양∼인월∼마천∼백무동을 하루 6회 운행하던 기존 노선 중 1회를 서울∼함양∼인월∼성삼재로 경로를 변경해 연장 운행하는 것이다. 함양지리산고속은 24일부터 금·토요일 오후 11시 50분 동서울에서 출발해 성삼재로 가고 성삼재에서는 토·일요일 오후 5시 10분에 서울로 출발하는 28인승 우등버스를 운행한다. 요금은 3만4400∼3만7800원이며 이용객 상황에 따라 평일 운행이나 증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노선 변경 신청서를 접수한 경남도는 경유지 시도와 협의를 진행했다. 전남도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 인·면허 업무처리 요령’에 따라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운행 구간을 연장할 경우 운행 횟수를 하루 3회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노선은 하루 1회만 운행하므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계획 변경 시 업체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미 성삼재로 구례군 농어촌 좌석버스도 운행하고 있어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후 경남도는 국토부에 노선 조정을 신청했고 전남도는 국토부에 재차 반대 의견을 제시했으나 국토부가 경남도 안을 받아들이면서 서울∼지리산 성삼재 노선이 신설됐다.

그동안 전남도와 구례군은 지리산의 환경 오염을 막고 산악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5월부터 10월까지 군내버스를 운행토록 제한해왔다. 또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을 오랜 기간 주장해왔기 때문에 주민들의 환경 보전 정서에도 배치된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철원 전남도 도로교통과장은 “군민의 지리산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토부와 경남도에 해당 노선의 허가를 재검토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고 말했다.

구례지역 13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17일 지리산 성삼재 시외버스운행반대추진위원회를 꾸린 데 이어 20일 범군민대책회의를 열고 반대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추진위는 “국토부의 이번 결정은 수도권 거주자들의 지리산 접근 편의성만 고려한 결과”라며 “자연 훼손은 물론이고 이용객이 구례읍을 거치지 않고 서울서 곧바로 성산재로 이동해 음식업, 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22일 국토부를 항의 방문하고 시외버스 운행 첫날인 25일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한 뒤 시외버스의 성삼재 운행을 저지하기로 했다.

왕해전 지리산 성삼재 시외버스운행반대추진위원회 간사(구례발전포럼 대표)는 “50년 전 구례군민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지리산을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으로 만들었다”며 “국토부가 시외버스 노선 인가를 철회할 때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것”고 말했다.

구례군의회도 17일 열린 임시회에서 노선 인가 철회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군의회는 “국민의 안전, 지리산의 환경, 지방분권 정책 모두를 등한시해 구례군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안전보다는 편의를 중시하는 개발 위주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