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 회사원 A 씨는 작년까지는 주로 술자리를 마련해 고객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객사 방문과 접촉이 어려워지자 미팅 장소를 골프장으로 바꿨다. A 씨는 “사방이 트여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고 하루 종일 고객과 소통할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막히고 실내 활동과 외부인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골프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부르는 ‘몸값’도 훌쩍 뛰고 있다.
○ M&A 업계 귀한 몸 된 골프장
20일 M&A 업계에 따르면 앞서 15일 실시한 경기 안성시의 18홀짜리 퍼블릭 골프장 ‘안성Q’ 매각 예비입찰에 사모펀드(PEF)와 전략적투자자(SI) 등 10여 곳이 참여해 흥행을 예고했다. 현재 시장에서 예측하는 가격은 1200억 원 안팎(홀당 약 66억6000만 원). 최근 골프장 인기를 감안했을 때 1400억 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가장 관심을 끈 매물은 강원 홍천의 27홀 대중제 골프장 ‘클럽모우CC’였다. 두산그룹이 자구안 발표 이후 가장 처음 매각이 성사된 매물이다.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약 1850억 원(홀당 68억5000만 원)에 팔렸다. 인수전에는 20여 곳이 참여했다. 인수 참여를 검토했던 한 PEF 관계자는 “시장 예상 가격인 1700억 원도 꽤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훌쩍 넘긴 가격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5월엔 강원 춘천시의 27홀 퍼블릭 골프장 ‘더플레이어스GC’가 약 1700억 원(홀당 63억 원)에 캡스톤자산운용에 인수됐다.
골프장 인기 속에 홀당 매각 가격도 오름세다. 골프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골프장의 홀당 매각 가격은 2018년 50억 원가량에서 최근 60억 원대 후반으로 뛰었다.
일각에선 골프장 매수 열기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이 워낙 인기이다 보니 M&A 중개업체들이 골프장을 찾아가 ‘가격을 높게 받아주겠다’며 매각을 타진하는 경우도 있다”며 “20, 30대 골프 인구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골프장 가격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 올해도 지난해 수준 실적 전망
골프장은 전통적으로 PEF들이 선호하는 투자처다. 땅이 있어 담보가 확실한 데다 그린피와 식음료업장 수익 등 현금 흐름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는 2018년 골프존 운영사인 골프존뉴딘홀딩스와 골프존카운티를 세우고 현재 국내 16곳, 해외 3곳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주52시간 근로제와 스크린 골프장 확산, 여성 골퍼 증가 등이 더해지면서 M&A 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2015년 399만 명에서 지난해 469만 명으로 늘었다. 퍼블릭과 회원제 골프장을 합한 국내 골프장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5년 11.3%에서 2017년 16.8%, 지난해는 22.5%로 늘었다.
골프업계는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1∼6월) 골프장 내장객 수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정도 늘었다”며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식음료업장 이용이 감소하고 회원 이용객 비중이 높아지면서 매출은 지난해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