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개척하는 청년창업가들] <20·끝> 비프로일레븐 강현욱 대표
강현욱 비프로일레븐 대표가 2018년 프랑스 1부 리그 축구팀 ‘RC 랑스’ 홈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2017년 해외에 진출한 비프로일레븐은 현재 13개국 700여 팀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강현욱 대표 제공
독일에 머물고 있는 강현욱 대표(29)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원래 사업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며 “인생에서 꼭 한 번 만들고 싶었던 제품을 내놓은 뒤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들이 찾아오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비프로일레븐은 직접 개발한 카메라로 경기 영상을 촬영한다. 이때 AI가 경기장에서 뛰는 22명의 선수들을 구별해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패스나 슈팅 횟수 등을 기록한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와 팀이 원하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컴퓨터 사용이 서툰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유럽 명문 축구팀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그는 2015년 2월 사업화를 위해 회사를 차렸다. 이후 경기 영상을 촬영해주는 업체와 손을 잡고 ‘경기 영상 AI 분석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수정했다. 비프로일레븐은 이 업체와 함께 2016년 대한축구협회의 ‘K리그 주니어 리그 영상 촬영 사업’ 입찰에 뛰어들어 해외 유명 업체를 꺾고 사업권을 따냈다. 영상 촬영은 물론이고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해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 기술이 통한다’는 걸 경험한 강 대표는 1년 뒤 해외로 진출했다. 그는 “이왕 시작한 사업을 본토에서 성공시키지 못하면 젊은 시절을 투자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술이 좋아도 축구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선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점도 해외 진출을 서두른 이유였다.
비프로일레븐의 첫 해외 고객은 독일 축구 5부 리그 팀이었다. 2017년 2월 처음 만난 해당 팀 관계자는 서비스 시연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독일 1부 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는 FC 쾰른이 비프로일레븐의 첫 고객이 됐다. 신생 업체인데도 선뜻 비프로일레븐을 택한 건 FC 쾰른 팀 소속 분석관이 직접 센 경기 기록과 비프로일레븐의 분석 결과가 가장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스포츠의 미래를 ‘영상’이 주도할 것이라고 봤다. 지금은 영상으로 프로 선수와 감독이 경기 전략을 짜는 수준이지만 더 나아가 선수 기용, 선발 방식도 영상을 기초로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가장 객관적인 영상 데이터가 쌓이면 학연이나 인맥 등도 작용하기 어려워진다. 또 일반인들도 프로 선수처럼 자신의 경기 영상을 소유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그는 “1970년대만 해도 프로 선수의 전유물이었던 축구화를 이젠 누구나 신는 것처럼 경기 영상도 대중화될 것”이라며 “축구를 넘어 모든 스포츠인의 동영상과 데이터를 보유한 ‘구글’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