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검경 수사권 조정 잠정안 논란 檢안팎 “수사대상 직급 제한 안둔 상위법인 검찰청법 위반 소지” 野 “입맛 맞는 공수처-경찰 편향… 검경 수사권 조정 본심 드러내”
○ 수사권 조정 ‘키’ 잡은 靑
올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통과된 뒤 청와대는 2월부터 김조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단장으로 하는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 추진단’을 만들어 시행령 작업에 착수했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와 영장심의위원회 결정의 구속력 등이 쟁점이었다. 경찰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더 좁힐 것을 주장한 반면에 검찰은 복잡한 수사 범위를 좁히면 대형 사건 수사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검경의 조율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청와대는 실무책임자인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 주도로 시행령안을 만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등이 한자리에 모인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검찰은 4급 공무원만 수사하라는 것이냐”
하지만 이번 검찰청법 개정안 시행령을 두고 야당과 법조계의 반발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수사권 조정법안이 통과된 만큼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는 것은 맞지만 검찰청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청법 4조에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범죄 종류를 제한했지만 수사 대상과 직급을 제한하지 않은 만큼 지금 나온 시행령 개정안 내용대로라면 상위 법인 검찰청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4급 이상 공무원을 수사하라는 규정도 공수처가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5급 이하 공무원은 경찰이 하는 만큼 “결국 검찰은 4급만 수사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시행령에 규정되지 않은 수사 범위 중 중대하거나 국민의 다수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을 수사 개시할 경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도 논란이다. 수사 개시 단계부터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을 경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자치경찰제 등 경찰 권한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약속한 경찰 개혁이 이뤄지기 전 검찰의 수사 권한을 축소하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사위 소속 미래통합당 한 의원은 “결국 공수처가 생긴 뒤 공무원 관련 범죄는 정권이 컨트롤하기 쉬운 경찰과 공수처가 다 수사하겠다는 취지 아니냐”며 “말 안 듣는 검찰은 반부패 수사를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의 본심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