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 의원은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는 ‘바람’과 ‘현역 프리미엄’으로 갈렸다며 지금 현직 시장이 출마하는 현역 프리미엄은 사라졌기 때문에 결국 유권자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바람’으로 결판이 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특히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차기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집권 초반에는 집권 여당이 승리했다. 반면 집권 중반 이후에는 여당이 패배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서울시장의 여야 승패가 갈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995년 6월 27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조순 후보. 동아일보DB
처음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진 1995년에는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패배했다. 3자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조순 후보에게 시장 자리가 돌아간 것. 당시는 김영삼 대통령 재임 3년차였고, 지지율은 28%를 기록하고 있었다.
1998년 6월 4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새정치국민회의 고건 후보. 동아일보DB
민선 2기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1년차인 1998년에 치러졌다. 선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은 62%였고, 새정치국민회의 고건 후보는 무난히 당선됐다.
하지만 2002년 선거 결과는 달랐다. 임기 초반 고공행진을 하던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5년차에 26%까지 떨어졌다. 당시 시장 자리는 야당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돌아갔다.
2002년 6월 13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동아일보DB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대통령 임기가 초반, 중반, 후반이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임기 후반일수록 여당이 패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선거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집권여당의 성적표가 정해지는 경향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4년차였던 2006년에 치러진 선거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당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20%였다.
2006년 5월 31일과 2010년 6월 2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내리 당선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 동아일보DB
2010년에는 재선에 도전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이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초반 폭락했던 지지율을 49%까지 회복한 상태였다. 당시 대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시기였지만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했던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민주당이 넘어설 정도는 아니었다.
2011년 10월 26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박원순 후보는 2014년과 2018년 잇따라 당선되며 서울시 최초의 민선 3선 시장이 됐다. 동아일보DB
하지만 2011년 보궐선거에선 뒤집어졌다.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중도 사퇴하면서 치러진 선거에서 야권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승리한 것. 당시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로 떨어진 상태였다.
박근혜 정부 2년차에 치러진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다. 당시 선거는 세월호 참사 한 달 여 만에 치러졌고, 박근혜 대통령의 2분기 평균 지지율은 50%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2년차인 2018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시장이 3선에 성공했다. 문 대통령의 2분기 평균 지지율은 60%였다. 당시 긍정 평가는 부정 평가(30%)보다 2배 높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내년 선거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보다는 정책에서 승부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서울 유권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정책과 여성 정책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은 반문(반문재인) 세력 결집을 위해 보수정당 이념보다는 부동산과 여성 등 정책을 이슈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