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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리볼] V리그 외국인선수 입국과 자가격리의 숨겨진 얘기들

입력 | 2020-07-22 05:30:00

새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외국인선수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KB손해보험 노우모리 케이타의 사례로 인해 각 구단은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는 중이다. 사진출처|노우모리 케이타 SNS


2020~2021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외국인선수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다. 21일 현재 남녀부 13명 중 8명이 이미 한국에 도착했거나 머물고 있다. 아직 입국하지 않은 남자 외국인선수는 대한항공 비예나가 유일하다. 여자부에선 흥국생명 루시아, KGC인삼공사 디우프, GS칼텍스 러츠, 현대건설 헬레나 루소 등이 비자발급 지연과 항공기편 사정 등의 이유로 입국을 기다리고 있다. 루시아와 디우프는 27일, 루소는 28일 입국한다.

이달 2일 가장 먼저 입국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KB손해보험 노우모리 케이타의 사례로 인해 각 구단은 철저히 사전준비를 했다. 케이타를 마중하러 갔던 KB손해보험 구단 직원 3명은 모두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쳤는데, 선수의 양성 판정도 충격적이지만 구단 직원의 자가격리로 인해 업무에 큰 공백이 생긴다는 것을 모든 구단이 실감했다. KB손해보험이 선수이동수단으로 구단차량 대신 이용한 방역택시는 많은 구단이 모범사례로 보고 모두 따라했다. 무증상 확진자였던 케이타는 18일 퇴원했고, 현재 호텔에서 따로 지내고 있다. 구단 직원 3명 전원도 일상으로 복귀했다.

16일 입국한 도로공사의 새 외국인선수 캘시 페인은 방역택시를 타고 혼자 인천국제공항에서 경북 김천까지 이동했다. 당초 도로공사에서도 사무국장이 마중 나가려고 했으나, KB손해보험의 사례를 보고 결정을 바꿨다. 선수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고, 구단은 에이전트를 통해 사전에 충분한 매뉴얼을 보내줬다. 방역택시 비용은 40만여 원이었다. 구단은 김천에 마련해둔 숙소에서 2주간 지내기에 충분한 물품을 미리 챙겨줬다. 구단 사무실이 가까이 있지만, 화상전화를 이용해 최대한 비대면으로 접촉하고 있다.

2020년 여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당시 한국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은 캘시 페인이 화상전화를 통해 인사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안나 라자레바는 17일 입국했다. 구단은 영어가 서툰 라자레바를 위해 러시아어 전담통역에게 공항에 직접 가서 입국 및 방역절차를 돕게 했다. 라자레바와 통역은 이동 때 각자 방역택시를 이용했다. 음성 판정을 받은 라자레바는 구단이 마련한 외부 숙소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통역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는데, 구단은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 중 향수병에 걸리지 않고 잘 지내기만을 바라고 있다.

남자부 바토즈 크라이첵(삼성화재), 알렉스(우리카드), 미하우 필립(OK저축은행), 카일 러셀(한국전력)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입국했다. OK저축은행은 필립이 아파트, 호텔 같은 일반 숙소가 아닌 몽골 유목민족의 전통 텐트인 유르트에서 자가격리를 하도록 했다. 팀 훈련장에 500만 원을 들여 유르트를 대여·설치했다. 26평 규모의 대형 천막은 필립이 좀더 편한 환경에서 자가격리를 하면서 운동도 하길 바라는 구단의 현명한 투자였다. 그는 4일 입국해 20일 마침내 격리에서 해제됐다.

16일 입국한 러셀은 아내와 함께 자가격리를 해 혼자인 다른 선수들보다는 조금 덜 적적할 듯하다. 러셀의 아내는 재미동포 배구선수 출신으로 UC 어바인에서 주전 레프트로 활약했다. 몇 년 전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 지원하려다 막판에 포기했다. 러셀과 오랫동안 사귀었는데 구단이 “방역 규정상 여자친구는 같은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할 수 없고 다른 곳에서 따로 지내야 한다”고 사전에 알려주자, 혼인신고를 마친 뒤 함께 입국했다. 이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테일러 모터의 사례를 확인한 데 따른 선행학습 효과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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