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 불명의 감염병 재난을 다룬 영화 ‘컨테이젼’(2011년). 이 영화에서 전문가들은 어렵사리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하지만 생산 물량이 한정돼 있어 정부가 공개 추첨을 통해 접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추첨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1, 2곳의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해도 초기 물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초기에 ‘누구를 먼저 접종할 것인가’가 큰 숙제다.
일반적으로 백신의 우선접종 대상자는 질병관리본부(질본)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새로운 백신이 들어오면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해당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식약처가 인·허가를 내면 질본이 임상·역학적 정보를 토대로 해당 백신의 우선접종 대상 순위를 포함한 예방접종 방안을 만든다. 이를 여러 임상 전문가와 법률가, 소비자단체 등이 모인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한다.
코로나19 백신도 이 같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관련 논의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기존 백신과 외국의 선례를 통해 대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자문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에 대한 대략적인 틀을 잡았다. 위원회는 독감 백신 접종 순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CDC의 독감 백신 지침에 따르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 임신부 등이 1순위, 국가안보 관련 종사자, 요양시설 직원 등이 2순위, 어린이 등이 3순위, 65세 이상 고령자 등이 4순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말까지 의료진, 노년층, 기저질환 환자 등 고위험군 20억 명에게 백신을 우선 공급하기 위한 공동 구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보건의료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아마도 최우선 순위에 들어갈 것”이라며 “한국적 상황에 맞춰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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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