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불참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1일 무산된 과정에 민노총 일부 정파의 조직적 반대와 압박이 있었다고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폭로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9일 오후 장시간에 걸쳐 노사정 합의안 초안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했고 그 결과 67개 조항 중 4개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문구 수정 등을 위한 최종 담판을 짓겠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그런데 위원장실에 한 부위원장이 갑자기 들어와 정파 이름을 대며 ‘우리 두 조직은 합의했다. 여기서 (노사정 합의안 추인 시도를) 멈추라. 노동부 장관을 만나지 말라’고 통보하듯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예정대로 지난달 30일 새벽 3시 반경 고용부 장관을 만나 문구를 수정했지만 이날 아침 다시 열린 중집위는 합의안을 전면 부정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당초 민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참여는 중집위 결정으로 추진된 일인데도 내부 기류가 일순간 뒤집힌 것이다. 그 다음 날에는 일부 조합원들에 의해 김 위원장이 민노총 사무실에 사실상 감금되는 바람에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됐다.
김 위원장의 폭로는 노조원이 100만 명을 넘어선 거대 노동기구의 의사 결정이 강경파에 의해 크게 휘둘리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죽했으면 조합원 직접 투표로 선출된 위원장이 조직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특정 정파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겠는가. 민노총은 현 정부 들어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에 올랐지만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하고 있다. 민노총 내부의 의사 결정이 강경파에 좌우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