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姓 빼고 다 다른’ 이낙연-이재명… 진중한 前총리 vs 거침없는 도지사
재보선 공천 여부 등 설전 본격화… 이재명 “이낙연은 엘리트” 선수치자
이낙연 “난 빈농의 아들” 받아치기도

광주 찾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 이후 첫 지역 방문지로 광주를 찾은 이낙연 의원이 21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임기가 7개월로, 짧다면 짧은 만큼 불꽃처럼 일하겠다”고 말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그간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후보 공천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던 이 의원은 21일 라디오에서 “(공천 여부에 대해) 지금부터 당내에서 논란을 벌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가”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 지사의 공천 불가론을 겨냥한 것이다. 이 지사는 전날 민주당이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비단 공천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저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앞서 이 지사가 이 의원을 “엘리트 대학 출신”이라고 칭하며 ‘흙수저 대 엘리트’ 구도를 만든 것에 대한 응수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가난한 집안 사정 탓에 이 의원은 ‘안 죽으려면 가야지’ 싶어 군대에 입대했을 정도”라며 “그런데도 이 지사가 흙수저 대 엘리트 프레임을 만든 것에 이 의원이 상당히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현장 찾은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SLC 물류센터를 찾아 소방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지사는 피해 현황 보고를 받고 “화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용인=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반면 치고 빠지는 아웃복서 스타일의 이 지사는 각종 현안에 대해 빠르고 거침없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제가 답변을 회피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저돌적인 스타일을 보여줬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성남시장 시절 스스로 ‘변방의 사또’라고 했던 이 지사가 지금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저돌적인 추진력과 언행이었다”며 “다만 정치적 무게감이 높아진 만큼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주변 의견도 많고, 이 지사도 이 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 지사의 공천 불가 주장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계속 시끄럽다. (이 의원이) 답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의 연관 정도가 서로 다른 것도 차이 중 하나. 이 의원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1월까지 역대 최장수 총리로 일했다. 반면 이 지사는 성남시, 경기도를 거쳤지만 청와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와 달리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임기 후반 문 대통령의 지지율 변동에 따라 이 의원과 이 지사의 대결 구도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