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3자 연합’이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증권 공개매수에 나선다. 120만 주 규모의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3자 연합 측은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도 불구하고 45.3% 수준의 기존 지분을 지켜내고 조원태 회장 측과의 지분 차이를 더 크게 벌리게 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이날부터 다음달 12일까지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워런트) 공개매수에 나선다. 시세보다 높은 1주당 2만 5000원의 가격에 워런트 120만 주를 공개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1조 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이유로 최근 BW를 발행하면서 새롭게 늘어나게 된 주식 수는 약 363만 주다. 전체 주식의 약 5.79%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낮아지게 된다.
기존에 한진칼 지분 45.24%를 보유했던 3자 연합은 BW 발행으로 지분율이 42.61%로 줄어들 상황이었지만 공모를 통해 0.7%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총 43.31%를 확보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서 3자 연합이 120만 주의 워런트를 추가 확보할 경우 앞서 확보한 40만 주를 합쳐 약 160만 주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약 2.8% 지분에 해당한다. 즉 KCGI는 BW 발행으로 희석된 지분 감소를 다시금 만회해 기존 45.24% 수준으로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 측은 BW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조 회장 측이 추가적인 워런트 확보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율 41.04%가 약 38.7%로 줄어들게 된다. 양 측이 치열한 지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분율 차이가 6%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의 워런트 공개 매수는 조 회장 측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와 한진칼 BW 발행으로 경영권 분쟁의 판을 흔들려는 시도에 반격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런트 공개매수는 김남규 KCGI 부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주요 기업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워런트 공개 매수라는 방식을 동원한 사례가 그동안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