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나눔으로 되찾는 일상]<1> ‘복지 사각지대’ 노인-노숙인
사회복지사 김애영 씨(가운데)와 물리치료사 황채윤 씨(오른쪽)가 15일 서울 강남구 노인복지관 ‘강남시니어플라자’의 가정방문 대상자인 이경실(가명) 할머니의 집을 찾아 어깨 운동법을 알려주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5일 오전 10시경. 사회복지사 김애영 씨(27·여)와 물리치료사 황채윤 씨(37·여)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지하 단칸방을 찾았다. 이곳엔 이경실(가명·79) 할머니가 혼자서 살고 있다. 이들은 할머니의 혈압을 재고 어깨 통증을 줄여주는 운동법을 가르쳐줬다. 약 2시간 동안 머물면서 할머니와 대화도 많이 했다. 이 할머니는 30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 자녀가 없는 할머니를 가끔이나마 찾아주는 이는 언니와 남동생뿐이다. 할머니는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벌써 저세상으로 갔을 사람”이라며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게 기적이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월 27일부터 노인복지관과 노숙인 이용시설, 장애인 보호시설 등 사회 취약층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에 휴관을 권고했다. 이 때문에 많은 노인과 장애인 등이 어려움을 겪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총 11만537개의 사회복지시설 중 8만1279곳(73.5%)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노인과 노숙인 등에 대한 돌봄 공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 할머니는 3월부터 우울증이 심해졌다. 할머니는 코로나19 사태 전엔 1주일에 네 차례 노인복지관을 찾았다. 복지관에서 말이 잘 통하는 60대 할머니와 대화하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 하지만 복지관이 문을 닫은 뒤로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쩌다 산책하러 집밖을 나섰다가도 마스크가 답답해 곧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최근엔 잠을 자는 서너 시간을 빼면 하루에 20시간가량 TV만 본다. 지역 주민센터에서 주 1, 2회 안부 전화를 걸어오면 몇 마디 나누는 게 전부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숙인들은 특히 시설 이용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노숙인 이용시설은 다른 사회복지시설보다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숙인 대부분은 신원 파악이 힘든 데다 이들의 동선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숙인시설 이용자들은 입·퇴소 빈도도 높다.
하지만 김 씨는 입소 후 생각이 바뀌었다. 은혜의집은 3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아 현관 입구에 손 소독제 자동 분무기 4대와 발열감지기를 설치했다. 시설 곳곳에 손 소독제 50개를 비치했고, 마스크 1000장을 비축해 시설 이용자들에게 넉넉하게 제공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월부터 4월까지 ‘코로나19 특별 모금 캠페인’을 벌여 1080억 원을 모았다. 여기에 자체 예산 49억 원을 더해 모두 1129억 원을 만들어 22일 현재 992억 원을 코로나19 극복 지원사업에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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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