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등 핵심 가해자들은 출석 거부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 최숙현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석한 최 선수의 부친 최영희 씨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 씨는 “딸과 같은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최숙현법’을 입법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22일 국회에서 개최한 ‘고 최숙현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 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오후 증인으로 참석한 최 선수의 남자 동료 A 선수는 김규봉 전 경주시청 감독(구속)이 둔기를 사용해 최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뺨을 때리거나 손발로 때리는 수준을 넘어 둔기까지 썼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최 선수의 핵심 가해자로 대한철인3종협회에서 자격정지 10년 징계를 받은 김모 선수조차 “김 감독에게 중학교 2학년 때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야구방망이로 100대를 맞은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팀 내에 폭행이 만연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 선수의 또 다른 동료 B 선수는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의 질의에 “주장인 장모 선수가 시켜 A 선수에게 각목으로 10대를 맞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A 선수는 “때리지 않았다면 장 선수로부터 ‘왕따’를 당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 의원이 이날 처음 공개한 최 선수의 생전 다이어리에 따르면 최 선수는 김 감독과 장 선수, 김 선수와 다른 남자 선수 2명을 ‘원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이어리에서 최 선수는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기억에서도”라고 썼다.
최 선수의 피해 조사 과정에서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거짓 진술서 작성을 강요한 정황도 자세히 나왔다. A 선수는 “5월 김 감독의 지시로 감독과 주장 선수의 폭행이 없었다는 진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최 선수와 피해 선수들에게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과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구속), 장 선수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