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법개정안]내년부터 소득세 최고세율 45%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자 증세가 분배 개선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고세율 국가’라는 이미지가 고착화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인력 유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 정부 “분배 악화, 고소득자 증세 불가피”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1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내년부터 45%의 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2017년 소득세와 법인세를 동시에 인상하며 소득세 최고 세율을 40%에서 42%로 인상한 지 3년 만이다. 지방세(소득세의 10%)를 포함한 소득세율은 최고 49.5%까지 오른다.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소득세율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소득세 부담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의 평균(43.3%)을 웃도는 최고 수준으로 오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에선 다섯 번째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초 고소득층 증세에 큰 무게를 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세수 상황이 악화하며 재정 압박이 거세지자 어떤 식으로든 증세가 필요하다는 데 당정이 의견을 모았고 그 대상을 초고소득자로 정했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인상도 가시화하며 부자들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소득세 과표가 30억 원이고 조정대상지역에 아파트 2채(공시가격 28억 원)를 가졌다면 소득세와 종부세 부담은 13억5316만 원으로 올해(12억5110만 원)보다 1억206만 원 늘어난다.
○ 해외는 소득세 낮추는데 한국은 역주행
소득세 최고 세율을 인상하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 지출에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분배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들이 소득세율을 속속 낮추고 있는 반면 한국은 ‘나 홀로’ 부자 증세를 하고 있어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콩 사태 등으로 주요 국가들이 소득세 부담을 줄이며 글로벌 인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은 도리어 최고 세율을 끌어올리며 조세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도 유럽 등에서 세금 부담이 커지면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이 있었다”며 “고급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다 올라
문재인 정부 들어 법인세와 소득세, 종부세 등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오르며 경제 주체들의 소득 활동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해서 부자 증세를 추진할 경우 오히려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소득 상위 1%의 세 부담 비중은 한국의 경우 41.8%로 일본(38.6%) 미국(38.4%), 영국(29.0%) 캐나다(23.4%) 등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전체 소득에서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인데 전체 소득세의 약 42%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 10%의 세 부담 비중은 78.5%까지 올라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보다는 세원을 넓게 가져가며 조세 부담을 골고루 나누는 게 조세제도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이라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구특교·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