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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호소했더니 ‘네가 예뻐서 그랬겠지’라며 박원순 시장 두둔”

입력 | 2020-07-23 03:00:00

피해자측 ‘박원순 성추행 의혹’ 2차 회견
“정신적 고통에 부서이동 요구하자 시장에게 직접 허락받으라 말만
비서실장에도 말했지만 조치없어”
박원순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착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고소한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22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A씨는 4년 동안 20여 명의 전현직 서울시 비서관 등에게 고충을 토로하고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네가) 예뻐서 그랬겠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 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 동안 전·현직 비서관 등 20명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건 “몰라서 그래…” 등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반응이 많았다.

피해자 측의 22일 기자회견은 A 씨가 시 관계자들에게 피해를 호소하거나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해당 직원들이 이를 방관하고 묵인했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서울시 직원들이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증언이 나온 만큼 경찰의 수사가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전·현직 비서관 등 20명의 명단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는 전직 시장 비서실장 B 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 씨는 A 씨로부터 성추행 피해 호소가 아닌 인사이동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이날 기자회견에선 서울시 직원들이 피해자 A 씨의 호소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A 씨를 설득하고 회유하려는 사례가 여실하게 드러났다.

A 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했으며, 직장 동료에겐 박 전 시장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문자와 속옷 사진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A 씨의 편을 들거나 공감을 표하기보단 박 전 시장으로 기울어진 듯한 발언을 했다.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을 편하게 하도록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 달라”고 하기도 했다. 부서 이동을 요구했던 A 씨에게 “시장에게 직접 허락 받아라”고 답한 상급자도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전직 비서실장인 B 씨에게도 인사이동을 요청했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주변에 성 고충 등을 호소했는데도 피해자의 전보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A 씨가 지속적으로 추행 피해에 노출되도록 만들었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추행 방조 혐의 인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의 전·현직 비서실장들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역대 비서실장들은 이상한 낌새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고 다들 주장한다”면서 “4년 동안 지속된 성적 괴롭힘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이어 “피해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댓글이 아니라 헌신적으로 일했던 조직과 이 사건을 아는 동료들의 은폐·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아이폰 비밀번호는 해제, 압수수색영장은 기각

경찰은 이날 오후 유족 대리인과 서울시 관계자 등이 참관한 가운데 박 전 시장이 숨지기 직전 가지고 있던 아이폰XS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착수했다. 박 전 시장의 아이폰 비밀번호는 피해자 변호인 측이 경찰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A 씨가 경찰이 이미 제출한 성추행 관련 증거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박 전 시장이 사망 직전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도 파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찰이 서울시 측의 묵인 및 방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청 사무실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은 이날 오전 기각됐다. 압수수색영장 심사를 한 서울중앙지법은 “(성추행을 방조 및 묵인한 직원 등) 피의자들에 대한 범죄 혐의 사실의 소명이 부족하고, 범죄 혐의 사실과 압수수색할 물건과의 관련성 등 압수수색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경찰이 박 전 시장의 또 다른 휴대전화 2대에 대해 신청한 영장도 기각됐다. 서울북부지법은 당시 “강제수사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피해자 측의 추가 기자회견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참고인 조사를 한 뒤 영장을 신청했다면 영장심사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기각 사실을 섣불리 공개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사실상 서울시 측에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준비 중이니 대비하라고 알려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김소영·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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