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인 규명을 위한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인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경찰서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0.7.19/뉴스1 © News1
경찰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의혹, 피소 사실 유출 경위 등을 규명할 ‘스모킹건’으로 꼽히는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잠금해제하면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정황 증거를 확인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시장의 휴대전화는 여러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핵심 열쇠임에는 틀림 없지만 경찰이 포렌식을 통해 수사의 증거로서 확보할 수 있는 범위가 아직은 사망 경위로 선이 그어져 있어 실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23일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의 아이폰XS를 포렌식하게 된다면 경찰은 일단 사망경위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박 시장이 전직 비서 A씨에게 고소를 당한 즈음부터 실종 당일 휴대전화 전원을 끄기 전까지의 통화와 문자 대화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구체적으로는 경찰은 포렌식을 통해 박 전 시장의 마지막 행적과 심리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시장의 통화기록뿐만이 아니라 문자와 메신저 내용이 대부분 남아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휴대전화에서 찾아낼 수 있을 디지털 증거로는 Δ웹 검색 기록 Δ통화목록 Δ문자 및 모바일 메신저 대화 기록 등이 있을 수 있다. 아이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화내용은 알아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통화목록은 경찰이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한 8일부터 사망 당일인 9일에 걸친 내용을 실종 직후 발부된 영장으로 확보한 상태다. 이에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추가 내용으로는 사망 당일 웹에 박 전 시장이 어떤 내용을 검색했는지, 누구와 어떤 내용의 문자를 나눴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웹에서 박 전 시장이 사망 직전 검색한 내용이 무엇인지 인터넷 검색기록을 통해 알아낸다면 박 전 시장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갑작스럽게 심리적 절벽을 느꼈을 타임라인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웹 검색 기록에서는 박 전 시장이 어떤 것을 찾으려고 했고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찰이 법적으로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다. 이번 사건의 본류가 되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정황 증거까지 확보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방임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와 함께 신청한 박 전 시장의 아이폰XS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21일 법원이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피의자들에 대한 범죄 혐의 사실의 소명 부족, 범죄 혐의사실과 압수 수색할 물건과의 관련성 등 압수수색 필요성에 대한 소명 부족”이었다.
경찰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확보하려면 먼저 압수수색 영장부터 발부받아야 한다. 영장 기각의 주요 사유가 성추행 방임 관련 혐의 소명 부족인 만큼 경찰은 관련자 소환조사를 통해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찰은 박 시장 비서실에 근무했던 정무직 비서관들과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할 당시의 비서실장들을 소환조사 하며 성추행 의혹을 입증할 증언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전날(22일) 피해자 측의 2차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다고 밝힌 20명의 서울시 직원들도 주요 소환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후 보강수사 등을 통해 압수수색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본질적인 포렌식은 성추행 방조 혐의가 상당부분 입증된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의 진상 규명 여부도 현재로선 성추행 방조 혐의 수사의 성과에 따라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수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