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한 지 2주째, 박 시장 사망 이후 서울시 공무원들은 집단 트라우마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3선 시장으로 8년8개월간 서울시 ‘수장’을 지냈던 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갑작스러운 공백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서울시가 성추행 의혹의 책임 주체로 바뀌어 외부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지난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밤낮없이 천만 시민들의 보호자 역할을 했던 직원들의 노고는 완전히 묻혀 버렸다는 평가다.
환골탈태 하겠다며 발표한 서울시의 자체 합동조사단 구성 방침도 “서울시는 조사주체가 아닌 조사대상”이라는 여성단체의 주장에 꺾여 철회됐다. 피해자 측이 지난 4년간 20명의 서울시 직원에게 피해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폭로한 것에 대한 불똥이 어디로 튈지에만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이번 성추행 문제를 대하는 서울시 남성 공무원과 여성 공무원들의 입장도 갈려 있다. 한 팀장급 공무원은 “이번 성추행 문제를 대하는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들이 서로 논쟁을 벌일 정도로 입장이 다르다”고 전했다.
더욱이 일반직 공무원들과 접촉이 거의 없는 소위 ‘6층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서울시 6층은 시장실과 행정부시장실, 정무부시장실, 공보특보실 등이 위치해 있으며 일반직 공무원보다는 별정직 공무원들이나 파견직, 전문임기제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공무원들은 “일반직 직원들은 소위 말하는 6층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사망 이후 서울시 공무원들의 사기는 바닥 상태다. 각 팀장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원들 사기 진작을 위해 노력하라는 주문이 내려왔지만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서울시에 대한 비판 기사에 꺾인 사기는 올라갈 기미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은 추가 사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정협 권한대행이 박 전 시장의 시정 철학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커다란 정책적 변화는 없겠지만 내년 4월 새로운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관련 사업 부서 직원들의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의 역점 사업중 하나인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맡고 있는 한 공무원은 “시장의 유고로 사업 추진 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당초 박원순이 아닌 시민의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한 만큼 계획대로 추진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