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사진=뉴스1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입장 번복과 관련해 “이재명 지사가 매를 벌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답게 깨끗하게 사과하면 될 일을 변명한답시고 주장이 아니라 의견이었다는 궤변을 늘어놓더니 경기도 대변인까지 나서 말 바꾸기 한 적이 없다며 언론의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20일 이 지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 4월 보궐선거 공천에 대해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한테 약속을 했으면, 공당이 문서로 규정으로까지 약속을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 무공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입장을 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뉴스1
이 같은 발언이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이 지사는 22일 “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공천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과 제 입장에 대한 오보들이 있다”며 “그러나 한편으로 정치는 생물이고 현실”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이어 “당규를 통한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약속파기가 불가피하다면 형식적 원칙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며 “공당의 대국민 약속이자 자기약속인 무공천을 어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어겨야 한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석고대죄 수준의 대국민 사과와 당규개정(당원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서울시장의 무공천 논의는 당연히 서울시장의 ‘중대한 잘못’을 전제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이유도 없다. 모든 논의는 ‘사실이라면’을 전제한다”며 “마지막으로 저는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한 의견을 가지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왼쪽)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진=뉴스1
이를 놓고 원 지사는 “주장과 의견이 어떻게 다른지 논쟁할 생각은 없다. 제가 분노한 것은 이재명 지사의 말 바꾸기가 아니다”라며 “무공천 발언을 뒤집으면서 내놓은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시장이 저지른 성범죄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당당하게 후보를 내도 될 정도의 보잘것없는 잘못이냐”며 “궤변이 법정에서는 통했을지 몰라도 상식적 민심 앞에는 안 통한다. 말 바꾼 것보다 그 이유가 잘못됐다고 깨끗하게 사과하는 것이 이재명답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앞선 글에서도 이 지사를 향해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 그럼 우린 환청을 들은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노무현은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했는데 이재명은 원칙 없는 패배의 길을 택했다”고 적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