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측근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애도조차 2차가해라며 억압” 주장… 법조계 “변호인 공격, 2차가해 소지”
“분노를 넘어 살의마저 느껴졌다.”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장영승 대표(57)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 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를 향해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 대해 “비겁하면서도 사악하다”며 “닥치고 증거를 가져와라”고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23일에는 “시장님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기 위해 영결식 날 기자회견을 했다”며 “애도 행위와 진실을 궁금해하는 시민들의 마음조차 2차 가해라는 표현으로 억압했다”고 주장했다. 성범죄 피해자를 모욕하고 배척하는 폭력 행위를 뜻하는 ‘2차 가해’라는 단어를, 박 전 시장을 애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피해자 측의 폭력 행위로 바꿔 사용한 것이다.
장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시장이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고소인의 주장만으로 파렴치한이 되어 가고 있지만 아무도 시장님 편에 서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1985년 서울대 재학 시절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으로 구속되자 박 전 시장이 변호를 맡았다고 한다. 장 대표는 2018년 11월 SBA 대표에 임명됐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을 비난하는 게 (김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긴 피해자의 고소 자체를 비난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담당했던 채다은 변호사는 “진상 조사와 피해자 보호 등 본질에 집중해야 할 때 (장 대표처럼) 논의를 감정적으로 흐려버리고, 진영 논리로 바꿔버린다면 문제의 해결은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다”며 “고소대리인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