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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휴스턴 총영사관은 中스파이 본거지”… 대선앞 反中포격

입력 | 2020-07-24 03:00:00

트럼프, 中총영사관 추가폐쇄 압박




시진핑 “中의 위대한 사업 대대손손 전승해야” 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한 다음 날인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린성 쓰핑 전쟁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날 시 주석은 “우리는 반드시 중국 공산당이 만든 사회주의의 위대한 사업을 지키고 대대손손 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쓰핑=AP 뉴시스

미국의 폐쇄 명령에 따라 문을 닫게 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오랫동안 중국의 미국 내 스파이 활동의 본거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미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 외교관계에서의 타격을 감수하고 총영사관 폐쇄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그동안 은밀히 진행돼 온 중국의 첩보전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선을 100여 일 앞두고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반중(反中) 정서를 노리고 대중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NBC방송에 따르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 조치는 수년간에 걸쳐 미 연방수사국(FBI)이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영사관이 미국의 첨단 기술과 의료 분야 연구자료를 훔쳐내고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침투하는 스파이 활동의 핵심 기지였다는 것. 영사관 건물 안팎에는 미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보안장치도 견고하게 설치돼 있다고 한다.

중국이 휴스턴에 있는 세계적 의료센터인 텍사스주립대의 MD앤더슨 암센터 내 연구자료들을 빼내려 한 시도에 대해서도 FBI가 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이 미국 내 연구 결과 탈취의 거점으로 불순한 행동에 관여한 범죄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첩보전은 그 강도와 빈도가 계속 높아져 왔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최근 워싱턴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10시간에 한 번꼴로 중국 관련 새로운 방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이런 시도는 특히 최근 6개월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는 시도와 연관돼 있다고 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현역 군인이 신분을 속이고 미국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발각된 사례도 나왔다. 탕쥐안(唐娟)으로 알려진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의 이 여성 연구원은 신분을 속이고 미국에 입국해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데이비스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활동했다. 그는 FBI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샌프란시스코 중국 총영사관으로 도주했다. 총영사관이 추가로 폐쇄된다면 샌프란시스코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총영사관 폐쇄 조치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인들의 반중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려 선거 구도를 바꿔 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4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6%는 중국에 비호감을 갖고 있고, 71%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불신하고 있다. 이런 수치는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상응한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중국 내 미국 총영사관 중 한 곳이 폐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남서부 지역에 있는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광저우, 상하이, 선양, 청두, 우한 등 중국 본토에 총영사관 5곳을 두고 있으며 홍콩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청두 총영사관의 경우 미국이 인권 상황에 큰 관심을 갖는 티베트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홍콩 또는 우한의 미국 총영사관 폐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 뉴욕=유재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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